현대차 노사 4년 연속 무파업 잠정합의… ‘상생’ 공감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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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무파업 합의를 이끌어 낸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단이 올해 임금협상안을 놓고 마주 앉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4년 연속 무파업 합의를 이끌어 낸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단이 올해 임금협상안을 놓고 마주 앉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강성 중의 강성’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달라진 것일까.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4년 연속 무파업 타결에 바짝 다가섰다. 이번 합의는 회사의 통 큰 결단에 노조 역시 파업 관행을 탈피해 화답한 결과로, 대내외 악재와 국민적 여론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번 현대차 노사 간 무파업 잠정합의는 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업계 노사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노조) 안현호 집행부는 강경파로 꼽히는 데다, 교섭 과정에서 파업권까지 확보한 상태여서 사실상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대내외 여건 악화 파업 강행 부담

기본급 9만 8000원 인상 합의

수당 더하면 10년 만에 두 자릿수

노조, 19일 조합원 찬반투표 진행


앞서 안 지부장이 올해 5월 교섭을 시작하면서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굵고 길게 가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번 임금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게 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달 1일 진행한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71.8%가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세간의 예상을 넘어, 예년보다 빠르게 여름 휴가 전 잠정합의안을 파업 없이 도출했다. 갈등과 대립의 현대차 노사 관계가 안정 기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먼저 올해 임금 인상 규모부터 가히 역대급이다. 지난 12일 노사 협상에서 나온 잠정합의안을 보면 △기본급 9만 8000원 인상 △경영성과급 200%+400만 원 △하반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 향상 격려금 150만 원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재래시장상품권 25만 원 등이 담겨 있다.

임금의 경우 기본급 9만 8000원에 수당 1만 원을 합하면 사실상 10만 8000원 인상 효과가 있다. 2013년 10만 7000원 인상 이후 처음 인상 폭이 두 자릿수를 넘었다. 1년치 임금안인데도 전임 노조 집행부의 2년치 성과물을 뛰어넘는 규모다. 현대차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규모는 경영 실적, 글로벌 지정학적 위협 등 대내외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교섭 쟁점을 조기 해소한 점도 촉매로 작용했다. 회사가 지난 11일 교섭에서 29년 만에 국내 전기차공장 신설, 10년 만에 생산기술직 채용을 결단하는 등 교섭 난제를 빠르게 정리하면서 합의안 도출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노사는 또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과 연계해 직군별 특성에 맞게 임금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소 부문 인재와 연구개발(R&D)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직군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내년 3월 말까지 마련키로 합의했다.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 연구직 조합원 찬성률이 생산기술직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등 성과 분배 요구에 대한 불만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노조가 요구한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임금피크제 개선 요구 등에 대해선 회사가 수용 불가 원칙을 이어갔다.

또한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이 이어져 생산이 지연되고, 신차 인도 기간이 1년 이상 걸려 경영에 차질을 빚는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점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워진 이유로 꼽힌다. 국내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파업을 벌였다간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는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차 노사 합의는 오는 1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완전히 마무리된다. 노조는 “조합원 자존심을 세운 합의안을 만들었다”며 “합의사항은 반드시 지키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역대 첫 4년 연속 무파업으로 이뤄낸 이번 잠정합의는 국내 경제 회복과 부품협력사 생산차질 방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는 현대차 잠정합의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있는 울산 북구청은 13일 환영 입장문을 내고 “완성차 업계는 물론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협력사와 지역경제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이번 잠정합의가 최종 가결된다면 노사와 빠르게 만나 전기차 생산공장으로의 재편과 신규 채용에 필요한 사항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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