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7000 빌린 ‘빚투족’ 월 원리금 212만 → 282만 원 뛴다

김진호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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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초유의 ‘빅스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며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고삐 풀린 물가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또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에 앞서 국내 금융시장에 안정되고 강한 시그널을 보내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현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시장은 한은의 선택을 ‘최선’으로 판단한다. 다만 문제는 후폭풍이다. 단기간 내에 높아진 금리 수준을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지 여부다. 가계와 기업 부채의 부실 우려부터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주택 시장 영향 등 한국경제는 단 한 번도 가지 못한 길을 걷게 됐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 예고

2년 전 초저금리 활용 영끌·빚투족

금리 인상에 사실상 ‘초비상’ 상태

올 연말까지 상환액 30% 이상 급증

이자 부담에 기업·부동산 시장 타격


■기준금리 연내 ‘3%’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현 연 2.25%인 기준금리를 2.75~3.00%까지 올릴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준금리 3%가 현실화되면 무려 10년 만에 3%대 시대를 맞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말 시장에서 기준금리 상단으로 전망하는 2.75~3.00%에 대해 “현재까지의 물가상승률 볼 때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남은 세 차례의(8·10·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최소 두 차례에서 최대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기 침체 우려가 있지만 물가가 워낙 쉽게 잡히지 않고 있어 기준금리를 연내 추가로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는 점을 시사했다.

연내 기준금리가 3.00%까지 인상될 경우 대출금리는 더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이미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달 24일 기준 연 4.750∼6.515% 수준이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6개월 새 상단이 1.537%포인트P나 높아졌다.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6%대 중반을 넘어선 대출금리 상단도 올해 말께 7%대를 넘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금리 수준을 경험하게 된다.


■영끌·빚투족 ‘초비상’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해 ‘영끌·빚투’에 나선 대출자들은 초비상 상태에 놓였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올해 말 이들의 연 상환액은 30% 이상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A은행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기업에 근무하는 B(신용등급 3등급) 씨는 2년 전인 2020년 6월 17일 주택담보대출(6개월 변동) 4억 7000만원, 신용대출(6개월 변동) 1억 원 등 모두 5억 7000만 원을 은행에서 빌려 14억 5000만 원의 서울 서대문구 34평형(전용면적 84.93㎡)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 차주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2.69%, 신용대출 2.70%였다. 이에 따라 연 환산 원리금 상환액은 2554만 5952원, 월 상환액은 212만 8829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올해 6월 17일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 3.61%와 4.41%로 높아졌다.

특히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2.75~3.00%까지 올리고 금리 상승분만큼 대출 산정금리도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12월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61%, 신용대출 금리는 5.4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연·월 상환액은 3394만 7544원, 282만 8962원으로 2년 반 전보다 32.9%(840만 1591원, 70만 133원) 불어난다.

■기업·부동산 시장도 쇼크

이번 빅스텝으로 기업들의 대출이자 규모는 약 4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벌써 생산비용 증가, 경기위축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역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라는 입장을 표했다.

부동산 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지속적이면서도 동시에 급격하게 인상됨에 따라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았거나 받아야 할 차주의 입장에서는 이자가 실질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특히 급격히 높아진 금리로 부동산 매수를 관망할 여지가 크고 최근 시작된 주택 가격 하락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진호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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