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까지 번진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대화 물꼬 텄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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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 노사 ‘4자 회담’ 개시
노조 협상 제안에 사측도 응해
23일 휴가 시작 전 해결 공감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가족, 거제시민 등 5000여 명은 지난 14일 오후 ‘인간 띠 잇기’를 하며 ‘하청노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가족, 거제시민 등 5000여 명은 지난 14일 오후 ‘인간 띠 잇기’를 하며 ‘하청노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노사 간 ‘강 대 강’ 대치로 극한으로 치닫던 대우노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부산일보 7월 15일 자 14면 등 보도)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던 노조의 협상 제안에 사측이 적극 응하면서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이다. 얽힌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노조)’는 지난 15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조선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와 협상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고 빍혔다.

이들은 “하청노동자의 소박한 요구에 적대적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끝장 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투쟁의 핵심은 ‘불법’이 아니라 ‘조선업 인력난’과 ‘하청노동자 저임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노조 안을 마련했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하청업체는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회견 직후에는 ‘4자 회담’이 열렸다. 하청노조와 협력사 대표 그리고 원청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원청 임직원이 배석했다. 첫날은 상견례만 진행됐고, 다음 날 구체적인 요구안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2주간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23일을 넘기면 안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어 남은 일주일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현재 하청노조에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22곳 노동자 400여 명이 노조원으로 가입돼 있다. 1월부터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등을 요구하며 소속사와 개별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됐고,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같은 달 21일부터 노동자 7명이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11월 인도를 앞둔 선박 진수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고정비 등 매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6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조업이 한 달 넘게 중단돼 일감이 끊긴 노동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급기야 ‘노노 갈등’으로 번졌다. 실제 원청노조 조합원 570여 명은 18일과 19일 양일간 휴업한다. 이들은 독 크레인 장비 운용 담당과 공장에서 블록을 만드는 인원들이다. 휴업 중엔 평균 임금 70% 수준의 휴업 수당을 받게 된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 7명이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원유운반선을 무단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일보DB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 7명이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원유운반선을 무단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일보DB

참다못한 원청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청노조 파업 장기화로 동료 조합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금속노조는 하청노조 편만 들고 있다는 이유다.

원청노조는 이미 사전 준비를 끝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직 형태 변경 결의 총회 소집 요구 건’에 대한 서명을 진행해 40%가 넘는 동의를 확보했다. 절차상 금속노조 위원장, 경남지부장, 대우조선지회장 순으로 소집 요구안을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재적 인원의 과반이 투표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된다. 대우조선지회는 과거 기업별 노조였다가 201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한편,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를 상대로 낸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를 인용해 1번 독을 점거 중인 노동자에 대한 퇴거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들의 점거 행위가 정당한 쟁의 행위가 아니며, 점거 행위로 사측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거나 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퇴거 불응 시 사측에 1일 30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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