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재확산 기로, 과학방역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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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기본 철학은 과학방역임을 거듭 확인하며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며 중증 관리 위주로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과학방역과 관련해서는 “의사 결정 거버넌스가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예방과 치료를 하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기는 하나 어찌 된 셈인지 국민은 불안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세지는 등 과학방역의 실체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율과 책임을 핑계로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은 채 방역 의무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정부 예측보다 속도 빠르고 규모 커

근거 없는 대책 불안과 불신만 키워


우선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속도를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이번 재유행의 정점이 9월 말 18만 5000명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불과 1주일 뒤 ‘8월 하반기에 25만 명 안팎에서 정점이 형성될 수 있다’로 수정했다. 하지만 이 예측치도 틀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일 3만 7000명 수준이던 확진자 수는 19일 7만 3000대로 2.8배나 급증했다. 1주 사이에 확진자가 2배 이상 늘어 나는 ‘더블링’ 현상이 근래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억제 노력이 없으면 더블링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예측이 정밀하지 않으면 대책은 언제나 ‘뒷북’에 그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학방역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이 과학이 되려면 대책에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지금 정부의 방역에는 그런 게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 대책으로 거의 유일하게 제시한 ‘4차 백신 접종’이 그렇다. 이전 60대 이상 4차 접종의 예방 효과는 접종 후 1개월간 24.6%, 이후에는 8.9%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를 50대까지 확대한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최근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 변이 BA.5에 기존 백신이 효과를 보이는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근거가 제시된 게 없다. 백신이 중증화·치사율을 낮춘다고 하지만 그게 백신 덕분인지 오미크론 변이의 특징인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지원도 줄였다. 재택치료비는 환자 부담으로 바뀌었고, 소득에 관계없이 지급하던 생활지원금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원한다. 유급휴가비 지원 대상도 30명 미만 사업장으로 축소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이런 지원 축소가 검사 기피나 확진 은폐로 이어져 감염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의 자율적인 방역 수칙 준수를 강조하지만 이를 가능케 할 여건은 조성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이한 조치인 셈이다. 확진자 급증 상황에서 의료인력 수급이나 병상 확충 등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다. 이처럼 불안과 불신만 높이는 지금 방역에 과학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게 민망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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