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궁지 몰린 복지사각지대에 버팀목…부산진구 '진구네 곳간' 재조명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진구 푸드마켓 서비스 '진구네곳간' 모습.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진구 푸드마켓 서비스 '진구네곳간' 모습. 부산진구청 제공

“살림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는 게 복지 ‘골든타임’이죠.”

25일 오후 부산진구의 한 주민센터. 사무실 안쪽 작은 도서관의 선반 하나에는 책이 아닌 식료품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즉석식품 된장국, 전복죽, 미역국과 참치, 참기름…. 식료품마다 손으로 쓴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즉석밥은 500원, 콩기름은 1500원, 3분 카레는 1000원이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신청서만 제출하면 일정 금액만큼 물품을 골라갈 수 있다”라며 “수급자와 비수급자 사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진구네 곳간’은 지난해 4월 양정동 부산진구 푸드마켓 등 3곳에서 처음 시작된 복지서비스다. 현재는 18곳까지 늘어났다. 부산진구 주민이면 누구나 1회 최대 2만 원 한도 내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지원 물품은 즉석밥과 국, 라면, 칫솔, 치약 등 말 그대로 ‘생필품’이다. 기존 복지서비스와 달리 복잡한 신청 절차는 없다. 다만 이용횟수가 2회에 접어들면 기초수급생활자 등록 여부 등 지원 연계를 위해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거치게 된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구네 곳간을 이용한 주민들은 총 6534명이다. 이 중 88명이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복지위기가구로 발굴됐다. 소득분위 최하위계층에 속하지 않더라도 진구네 곳간을 통해 공적 복지 서비스와 연계된 사례는 올해만 해도 200건이 넘는다. 사회복지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주거, 의료, 정신적 문제 등이 드러나면 각 문제에 필요한 공적 서비스가 제공됐다.

부산진구 개금동에 거주하는 30대 A 씨도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를 벗어나면서 생활비 문제로 궁지에 몰렸다가 진구네 곳간에서 출구를 찾았다. 취업준비생인 A 씨는 생계급여를 받으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을 취소했다.

주거급여를 통해 월세는 해결했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다. 일자리가 없던 A 씨는 자원봉사자들이 지원해주는 식료품 등으로 끼니를 불규칙하게 때웠다. 이후 우연히 들른 주민센터에서 그는 진구네 곳간 서비스를 발견했다. 상담을 통해 사정을 안 사회복지사는 추가로 식사 서비스 등을 연계했다.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생기는 공백 기간의 사각지대를 복지 서비스가 채워준 것이다.

이처럼 일시적 빈곤층이나 숨겨진 빈곤층에게 진구네 곳간은 생계 버팀목이 됐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부산진구에 접수된 한시생계 신청은 무려 7011건으로, 부산에서 가장 많았다. 한시생계 대상자란 갑작스럽게 생계곤란 위기에 처한 일시적 위기가구를 말한다. 이들은 일시적인 위기를 넘기기만 하면 자립이 가능하다. 부산진구는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통해 자립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도운 셈이다.

부산진구청은 진구네 곳간 운영 2차 연도가 된 올해 공적 복지 서비스 연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운영 첫 해인 지난해에는 최대한 많은 위기가구에 이용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올해는 촘촘한 복지상담을 통해 각 위기가구에 필요한 공적 복지 서비스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진구청 희망복지과 관계자는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위기가구별로 필요한 복지 서비스가 전부 다르다”라며 “진구네 곳간을 플랫폼 삼아 사례 관리를 통해 개인 맞춤별 복지서비스를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