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쿠데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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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에 이어 중·초급 간부인 경감·경위의 전국 회의 움직임까지 일면서 ‘경찰국 사태’가 더 확산하고 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벌어진 경찰국 설치 반대 1인 시위 모습.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에 이어 중·초급 간부인 경감·경위의 전국 회의 움직임까지 일면서 ‘경찰국 사태’가 더 확산하고 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벌어진 경찰국 설치 반대 1인 시위 모습.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에 이어 중·초급 간부인 경감·경위의 전국 회의 움직임까지 일면서 ‘경찰국 사태’가 더 확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와 경찰 지휘부도 총경 회의를 단순한 의견 수렴이 아닌 ‘집단행동’으로 보고 강경 대응을 밝혀 ‘강 대 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25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총경 회의를 강하게 비난한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국민의 일상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의 최일선에 선 경찰과 정부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봐야 하는 국민은 참담할 따름이다.


총경에 이어 경감·경위도 전국 회의 추진

정부와 ‘강 대 강’ 국면, 서로 확전 자제를


지금 경찰은 총경 회의 이후 정부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자 중·하위급 간부는 물론 일선 경찰관까지 일제히 반발 움직임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경찰국 반대를 처음 주창했던 경찰직장협의회는 25일 전국 주요 역사에서 기자회견 등 홍보전에 나섰고, 부산 16개 경찰서 직장협의회도 이날부터 1위 시위를 시작했다. 총경 회의 주도자에 대한 대기발령 등 조치와 이 장관의 강경 발언에 대항해 경찰 전체가 한 덩어리로 맞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국 반대의 취지는 놔두고라도 강압적인 물리력을 가진 일상의 유일한 계급 조직인 경찰의 집단행동은 다른 사회 조직의 그것과는 차원이 분명히 다르다.

여러 이견이 있지만, 무엇보다 경찰이 자기의 이익 관철을 위해 ‘수의 힘’을 앞세워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볼지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다른 조직의 불법 집단 집회나 시위를 막아 온 경찰이 도리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똑같은 행위를 답습한다면 앞으로 무슨 명목으로 이에 대처할 것인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다는 주장에도 여전히 이를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그동안 경찰이 과연 정치 중립적이었는지에 대해 국민은 완벽히 동의하지 않는다. 현직 정권의 잘못에는 눈을 감기 일쑤였다. 이처럼 매번 권력의 편이었다는 인식을 깨야만 경찰 중립성도 힘을 받는다.

물론 행안부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여당 내에서조차 일방적인 경찰국 신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총경 회의 참석자에 대한 강경 대응이 직권남용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행안부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도 경찰의 집단행동이 국가기관 기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다. 14만 명의 거대 계급 조직이 집단행동으로 국민과 정부를 위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불만이 있더라도 경찰의 방식은 최소한 다른 조직과는 달라야 한다. 정부도 갈등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역량을 보일 필요가 있다. 경찰과 정부의 싸움은 서로 상처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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