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안전하다면”… 사회적 비용·불편은 감수해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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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통학버스 불안하다] ④ 해외 사례 살펴보니

미국의 어린이 통학버스는 승하차할 때 차량 전면부에서 기다란 막대 형태의 '세이프가드바’가 튀어 나와 돌발 상황을 저지한다. 미국의 한 스쿨버스에서 세이프가드바가 아이들의 경로를 제한하는 모습.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웨이크카운티스쿨 교육영상 캡처 미국의 어린이 통학버스는 승하차할 때 차량 전면부에서 기다란 막대 형태의 '세이프가드바’가 튀어 나와 돌발 상황을 저지한다. 미국의 한 스쿨버스에서 세이프가드바가 아이들의 경로를 제한하는 모습.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웨이크카운티스쿨 교육영상 캡처

선진국들은 어린이 통학버스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해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서 비롯되는 사고를 차체 시스템으로 봉쇄하고 있다. 다소간의 비용과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아이들의 안전이라는 대전제 앞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우리도 이제는 어엿한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자동차 강국’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는 만큼 어린이 통학버스와 관련한 안전설비를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국, ‘세이프가드바’ 부착 의무화

사각지대 방지 사이드미러 필수

확성기·진동 경적도 꼭 구비해야

충돌 안전 장치·엄격한 안전 기준

선제적·적극적 도입 목소리 커져

미국은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해 가장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국내 도로교통법이 열거하고 있는 여러 안전장치는 물론이고 운전자의 사각지대를 없애면서 아이들의 돌발 행동을 막는 다채로운 장비들이 차량에 부착돼 있다.

미국의 어린이 통학버스는 아이들이 승하차할 때 차량 전면부에서 ‘세이프가드바’라고 하는 기다란 막대 형태의 안전바가 튀어나온다. 키가 작은 아이들이 갑자기 버스 앞이나 차도로 튀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동경로를 제한하는 안전장치다. 캐나다도 이 같은 안전바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명시했다.

미국은 또 통학버스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위해 ‘횡단 시야 거울’(cross-view mirror system) 등 일종의 사각지대 방지 사이드미러를 차량 전면부 등 곳곳에 달도록 했다. 이를 통해 운전석에 앉아서도 조수석 앞과 차량 전면의 하단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운전자가 버스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 승하차하는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확성기와 진동 경적 등도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했다. 이 같은 안전장치가 구비돼 있지 않은 차량은 연방 당국 차원에서 강력하게 제재하고, 주 단위에서는 상황에 맞는 안전기준을 조례로 정하는데, 대부분 연방 기준보다 엄격하다.

선진국에서 어린이 통학버스는 묻고 따질 것 없이 도로 위에서 항상 1순위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해 아이들이 승하차할 때는 뒤따르는 차량들이 반드시 멈춰 기다려야 한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추월하는 차량에 대해 500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벌점을 부여한다. 루이지애나주 등에서는 정차한 어린이 통학버스를 앞지르려다 직간접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캐나다에서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할 때 버스 측면에 붙어있는 빨간색 ‘정지’ 표지판이 옆 차로까지 뻗어 나와 다른 차량의 앞지르기를 물리적으로 막는다. 뒤따르는 차량은 반드시 20m 이상 거리를 두고 멈춰 있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2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국의 스쿨버스를 연구한 상명대 법학과 김용훈 교수는 “미국은 통학버스의 안전 관련 준칙을 정할 때 수행자들이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면밀하고 정교한 수준의 규율을 고집한다”며 “우리는 현행 도로교통법 정도만으로 관련 사항을 규율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상당하다. 안전장치 도입과 의식개선 등으로 돌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향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어린이 통학버스는 아니지만, 보행자나 장애물을 인지할 경우 자동차가 스스로 급정거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포카’ 제도를 통해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ADAS 기능이 포함된 신차를 구매하거나 해당 기능을 추가로 설치할 경우 최대 10만 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최근 부산에서 잇따른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를 보면 차량 전방과 후방, 측면에 차량 충돌 감지 센서가 부착돼 있었더라면 차체 시스템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피해 유족들은 선제적이고 조속한 입법화를 통해 다시는 이런 참변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 달라고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차량 충돌 감지 센서와 같은 기능은 어린이 통학버스 도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비교적 ‘간단한’ 기능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이 같은 규율을 전국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때 보조금 지급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동의과학대 자동차과 장성규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유통되는 충돌 감지 센서가 운행 중인 통학버스에 맞는 기술인지 검토만 된다면, 센서 부착은 차량에 블랙박스를 다는 것과 같은 정도의 일”이라며 “다만 어린이 통학버스에 일괄 적용되는 제도라면 어느 수준의 감지와 오류 탐지 등을 요구하는지 등을 신중하게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거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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