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정국 긴장감…尹 “기강 문란” 與 “항명 용납 안돼” vs 野 “행정쿠데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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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시행령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일인 26일 정국 전운은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 내부 반발에 대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으며 여당도 이에 맞춰 일제히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경찰국 신설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 관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오늘 경찰국 설치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텐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와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25일) 출근길에서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의힘도 같은날 윤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발맞췄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의 집단 반발 행태에 대해 “그 어떤 항명과 집단항명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군과 마찬가지로 경찰은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군대가 제도 개혁에 반발해 위수 지역을 벗어나 집단행동을 한다면 용납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라며 “군의 항명과 경찰의 항명은 같은 것이다. 같은 무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전체 경찰에서 경찰대 출신이 3%밖에 안 되는데 고위직 60%가 경찰대 출신들이 갖는다”며 “그분들이 전국 경찰 14만 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 이번 기회에 지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여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맞대응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진정 국기 문란을 일으킨 사람은 윤석열 정부”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경찰들의 집단 목소리를 두고 ‘국가 기강 문란’이라고 했다”며 “검찰 인사로 국기 문란을 하더니 국기 문란이란 표현이 입에 붙은 모양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면 이런 상황이 왔겠느냐”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정부조직법에는 경찰의 치안 사무와 관련해서 행안부 장관이 관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그 어디에도 없다”며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최근 연이어 명백히 법 해석을 잘못했거나 악용한 위법이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최근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빗댄 것과 관련, “경찰들이 ‘하나회 쿠데타’ 같은 발상을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측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야말로 ‘행정쿠데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 후 대통령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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