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마음 수양하며 준비했어요” 박해일의 이순신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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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일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변신해 관객을 찾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해일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변신해 관객을 찾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 한 편 읊겠습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을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나의 애를 끊나니…”

배우 박해일(45)은 인터뷰 시작 전 이순신 장군의 시조를 읊었다. 한 구절 한 문장 꾹꾹 눌러 읽던 그는 “시도 쓰는 장군님이셨다”며 “그런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시를 완독한 뒤 자리에 앉은 박해일은 “선비 같던 지략가 이순신의 모습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했다.

박해일은 처음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제안을 받고 “내가 장군감이냐”고 김 감독에 되물었다고 했다. 의아해하던 그에게 “지혜롭고 주도면밀한 지장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담이 컸지만, 출연을 결정한 뒤 마음 수양을 하며 캐릭터를 준비했단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걸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버겁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말 한마디와 서 있는 자세조차 조심스러웠어요. 첫 촬영 때 무거운 갑옷을 입고 지휘하는 곳에 서 있는데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진 느낌이었죠. 표정과 눈빛, 절제된 자세를 그리려고 했어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서 지장의 면모를 그린 배우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한산: 용의 출현’서 지장의 면모를 그린 배우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과정이 쉽진 않았단다. 박해일은 “나를 짓누르는 부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대로 잡히지도 않아 그 기분부터 떨쳐 내려고 했다”며 “이순신 장군을 알아갈수록 흠결 없는 인물이라 내가 계속 초라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래서 마음 수양부터 하기로 마음 먹었다”며서 “동네에 있는 절에 가서 염불 소리를 듣고 수양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촬영 들어간 뒤에 숙소에 있을 때도 양반 자세를 하고 있었어요. 시간이 나면 마음을 닦으려고 했죠. 생각이 많아질 때면 밖에 나가 오랫동안 걸으며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어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마음을 많이 비워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통영에 있는 제승당을 찾기도 했단다. 박해일은 “감독님의 제안으로 이순신 장군님을 모신 곳에 배를 타고 갔었다”며 “그런 공간을 보고 기운을 받은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곳에서 알듯 모를듯한 비장함을 많이 느꼈다”면서 “공직에 계신 분들이 중요한 때를 앞두고 와서 큰 결심을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나 역시 여러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배우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에서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에서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한산’까지 박해일 주연의 영화 두 편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는 “약간 우려가 없지 않다”며 “코로나에 개봉을 기다렸던 작품들이 뭉쳐 나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미 요소를 덧붙인다. “’헤어질 결심‘의 해준이 해군 출신입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엔딩을 마치죠. 문학적인 말투도 쓰고요. ‘한산’에서도 바다에서 전투를 벌이고 해군이고 둘 다 공무원이에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보시면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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