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꽃살문-성선경(19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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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얼마나 깊으면 꽃이 되나?

간절한 염원의 마음 엮고 엮어서

눈길을 두는 곳마다 꽃으로 피었나니

꽃세상이 곧 만다라다

기도가 얼마나 쌓여야 꽃이 되나?

기원의 문마다 꽃이라니

기도의 끝에 맺힌 저 한 떨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기도가 얼마나 간절하면 저렇게

시들지 않는 꽃이 되나?

세상을 향해 열린 문

다 환하다.

- 시집 〈햇빛 거울 장난〉(2022) 중에서

사찰 법당의 꽃살문에 새겨진 꽃들은 연꽃 모란 해바라기 국화 등 다양하다. 만개한 이 꽃들을 문에 새긴 것은 깨달음의 순간을 꽃으로 형상한 것이다. 시인의 물음대로 기도가 깊어서, 기도가 쌓여서 꽃이 된다. 꽃문을 열고 들어가 간절한 기도를 하고 나면 마치 일체의 법이 가득해 결함이 없는 만다라를 경험하고 나온 듯 신도들의 얼굴이 맑아져 있음을 여러 번 본 일이 있다. 시인은 꽃살문이 열릴 때 ‘세상을 향해 열린 문 다 환하다’라고 기도하는 마음을 얘기한다. 끝나지 않는 전쟁과 코로나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시대를 살아가는 이 여름날 다시 환한 세상이 오기를 기도라도 하고 싶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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