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반도체 초격차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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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액 기준으로 사상 처음 세계 1위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지난 24년 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한 미국 기업 인텔을 2위로 밀어낸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인텔과 엎치락뒤치락하며 매출 세계 1·2위를 다투는 최고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위상을 굳혔다. 5년 전 삼성전자의 세계 정상 등극은 당시 반도체산업의 큰 호황에 힘입은 호실적 덕분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초격차’ 경영이었다. 국어사전에 없는 이 단어의 뜻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기술 우위’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이 2018년 내놓은 저서 〈초격차〉에 잘 드러나 있다. 권 전 회장은 이 책에서 초격차에 대해 상대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기 위해 혁신에 힘쓴 초격차 전략이 뛰어난 제품의 잇단 출시로 이어져 반도체 신화를 낳았다는 게다. 삼성전자는 25일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나노(㎚·10억 분의 1m) 파운드리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초격차 노력을 지속한 성과다.

권 전 회장의 책은 지금도 경영자의 필독서로 인기를 모은다. 각계에서는 초격차라는 용어를 경영이나 홍보·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초격차가 누구나 추구하고 싶은 이상적인 전략이거나 다른 것과 차별화하는 데 효과적인 말로 여겨져서다. 초격차는 윤석열 정부의 화두로도 등장했다. 정부가 경제 발전에 필요한 답을 초격차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들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초격차 스타트업 1000개 육성, 초격차를 위한 산업 규제 혁신,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최종 목표는 산업별로 세계의 추격이 불가능할 기술적 초격차를 이뤄 당당한 선도국이 되겠다는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반도체 육성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더욱 키울 우려가 높아서 문제가 있다. 앞으로 5년간 반도체 분야에 340조 원을 투자하고 10년간 전문 인력 15만 명을 양성한다는 정부 계획의 혜택이 반도체 기업의 90% 이상과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경제 쇠퇴,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과 폐교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과 지방대에 대한 우선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세계와의 초격차,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실효적인 반도체 대책을 강구할 때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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