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귀재 변요한 “이제야 연기를 조금 알 것 같아요”
배우 변요한(36)의 연기 변신이 흥미롭다. 독립영화 ‘토요근무’(2011)로 충무로에 발을 들인 뒤 매 작품 맞춤옷을 입은듯한 캐릭터 연기를 펼쳐낸다. 인기 드라마 ‘미생’에선 능청스러운 사회 초년생이다가, ‘미스터 션샤인’에선 구한말 지식인, 영화 ‘자산어보’의 호기심 많은 청년으로 변신해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한산: 용의 출현’에선 왜군 장수 옷을 입고 전에 본 적 없는 서슬 퍼런 에너지를 뿜어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요한은 “매 작품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연기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올해로 연기 생활 12년 차인 변요한은 “연기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무조건 나로부터 시작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금은 나를 드러내기보다 전체를 위한 연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인 변요한은 20대 때와 달라진 점도 많다고 했다. 그는 “제 자신을 좀 놓고 주변 사람들을 보려고 한다”면서 “예전엔 예민한 사람이었다면 이젠 촬영이 끝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땐 패기가 넘쳤어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30대가 되면서는 지혜를 생각하게 됐어요. 불의(不義)를 봤을 때 지혜롭게 풀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그렇게 찾은 답이 ‘인내’다. 변요한은 인내를 “좋은 의(義)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예전엔 제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는데 이젠 실수해도 인내하며 조금은 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최근작인 ‘한산: 용의 출현’과도 맞닿아있단다. 변요한은 “의를 따르는 전쟁이라는 메시지에 끌렸다”며 “자신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기보단 변요한이라는 배우가 풀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하려고 해요. 매 작품 흥행보다는 메시지와 의미를 더 생각하고 싶어요.”
변요한은 ‘한산’ 개봉 전 국내 최대 규모의 해군 함정인 독도함 시사와 부산·통영 프리미어 시사에 함께 했다. 부산 촬영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그는 “해운대의 한 극장 밑에서 배우들과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며 “주어진 시간 동안 동료들과 서로 돕고 사랑하는 과정이 무척 귀하다”고 했다. “한 인격체로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 행복과 건강을 좀 더 신경 쓰고 있죠.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살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