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앞바다 요트 체험 ‘8월 최고의 휴가’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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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어디일까. 부산 사람은 ‘해운대 해수욕장, 광안리 해수욕장, 태종대’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산에 여행하러 온 사람의 대답은 다르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바로 ‘요트’다. 부산수영만 앞바다에 가보면 그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요트를 타러 달려가 봤다.


■붐비는 요트경기장

부산수영만요트경기장 주차장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많은 사람이 “약속장소가 어디지”라면서 요트장 이곳저곳을 오가고 있다. 요트 체험을 예약한 관광객들이다.

부산요트협회 인근에 있는 ‘요트 타다’와 ‘부산요트투어칸’ 공동 매표소에 간다. 어린 딸 둘을 둔 젊은 부부가 요트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요트경기장에는 요트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이 대기하면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실 곳조차 없다. 부산시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기자와 젊은 부부 가족이 승선한 배는 프랑스제 13t급 카타마란 쌍둥선인 ‘라군 420’이다.배 앞부분에는 편안하게 앉아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일광욕도 할 수 있도록 안락한 쿠션이 설치돼 있다. 탁자와 의자가 있는 선실은 휴식 공간이다. 배에 오르자마자 선장이 구명조끼를 나눠준다.

‘라군 420’ 옆에 정박된 배에는 단체 관광객 20여 명이 승선하고 있다. 그들이 모두 배에 오르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해 보인다. 저래서는 배 곳곳을 돌아다니기는커녕 몸을 뒤척이기도 힘들어 보인다. 다른 배에도 손님이 서너 명씩 승선하는 중이다. 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요트 두 척도 보인다. 여름철 요트 체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요트 체험 코스는 간단하다. 요트경기장에서 출발해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 광안리 해수욕장 앞을 둘러보는 코스다. 선장에게서 코스 설명을 들으면서 얼굴과 목, 팔에 골고루 선크림을 바른다. “겨우 1시간인데”라고 코웃음 치다간 돌아와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푸른 바다, 시원한 해수욕장

선원이 닻줄을 걷어 올리자 배는 서서히 계류장에서 빠져나간다. ‘라군 420’의 최대 시속은 20km다. 속도를 내면 제법 빠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요트 체험을 할 때는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달리면서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 시원한 해수욕장을 즐기면 된다.

‘라군 420’이 계류장에서 빠져나가자마자 눈이 시원해진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인지 파도가 약간 높다. 계류장에서 멀어질수록 약간씩 더 높아진다. 그래도 배를 타는 게 힘들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푸른 바다가 출렁이면서 배를 약간 흔들어주니 오히려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젊은 부부의 두 딸은 즐거워하면서도 배에서 설설 기어 다닌다. 배를 타 본 경험이 없어서일 것이다. 선장이 “요트 맨 앞의 작은 의자에 앉으면 시원하다. 사진도 잘 나온다”고 권해도 무서워서 몸을 옮길 생각을 못한다.

둘은 대신 배 맨 앞의 그물에 앉는다. 그물 아래는 그냥 바다다. 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온몸이 시원하다. 두 아이는 정말 즐거운지 웃음을 그치지를 않는다. 쿠션에 몸을 기댄 젊은 부부도 하하, 호호 하며 신나게 웃는다.


‘라군 420’은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간다. 멀리 오륙도 쪽에서 10여 명이 탄 요트 한 척이 다가온다. 일부 탑승객은 뱃머리에, 일부는 선실 지붕에 앉아 뜨거운 태양을 즐긴다. 이번에는 광안리 해수욕장 쪽에서 빨간색 쾌속선이 달려온다. 배 주변에는 하얀 포말이 거칠게 솟구친다. 구명조끼를 입고 탑승한 어린이 10여 명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라군 420’은 쾌속선을 지나 광안리 해수욕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서 엔진을 끈다. 해수욕장에 늘어선 비치 파라솔 아래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해수욕객의 모습이 보인다. 뒤쪽 광안대교에서는 많은 차가 질주하지만 뜻밖에 소음은 적다.


광안리 해수욕장 앞에서 한참이나 머물렀던 ‘라군 420’은 뱃머리를 다시 뒤로 돌린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자 부산 요트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파도는 아까 나올 때보다 조금 더 거칠어진 상태다.

멀리 동백섬이 보이고 마린시티에 밀집한 아파트도 나타난다. 마린시티 일대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가장 인기 있는 요트 체험 시간은 야경이 멋진 밤이다. 비교적 손님이 적은 오전과 이른 오후는 밤에 비해 가격이 싸다. 다음에는 야경을 즐기러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라군 420’은 요트계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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