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췌장암 잡는 ERCP 시술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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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증상 거의 없어 발견 쉽지 않아

황달·복통·당뇨병·체중감소 신호

담도암·담낭암의 경우 담석증 동반

종양표지자, CT, MRI로 검사 진행

ERCP로 시술 시 황달·간수치 개선

해운대부민병원, 당일 진료·시술


해운대부민병원 ERCP 센터에서는 췌장암, 담도암 환자가 ‘오전 검사, 오후 시술’이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대환 병원장이 ERCP 시술을 하고 있는 모습. 작은 그림은 ERCP 개념도.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해운대부민병원 ERCP 센터에서는 췌장암, 담도암 환자가 ‘오전 검사, 오후 시술’이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대환 병원장이 ERCP 시술을 하고 있는 모습. 작은 그림은 ERCP 개념도.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한국인 사망원인 부동의 1위는 암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료하기 가장 힘든 암이 췌장암이고 그 다음이 담도암이다. 조기 발견이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다 보니 생존율도 낮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이 13.9%으로 전체 암 가운데 가장 낮다. 그 다음이 담도암(담낭암 포함)으로 28.5%다. 췌장암과 담도암 정복을 위한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답답할 정도로 더디다.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강대환 해운대부민병원 병원장(소화기내과)으로부터 췌장암과 담도암의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본다.


■‘침묵의 살인자’ 췌장암

췌장은 복부 깊은 곳에 있고 다른 장기와 혈관에 둘러싸여 있다. 초기 증상도 거의 없어 발견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암이 한참 진행한 후에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애매해서 지나치기가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췌장암의 의심신호를 토대로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고 위험인자는 적극적으로 피해서 예방해야 한다. 현재로선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대표적인 의심신호는 복부 통증, 소화불량, 갑작스런 체중감소, 황달, 당뇨병 등이다.

췌장 머리 쪽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는 담즙이 내려가는 통로인 담도(담관)를 막으면서 황달, 가려움증, 진한 소변, 체중감소,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비해 췌장 끝쪽에 종양이 있을 때는 거의 증상이 없어서 진단 시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진 경우가 많다. 없던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갑자기 심해질 경우에도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발견 어려운 담도암과 담낭암

담도는 쓸개즙이 흘러가는 통로를 총칭한다. 쓸개즙은 간에서 생성이 되어 간 내부에 있는 담도(간내담도)를 거쳐 간 외부의 담도(간외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담도에 생기는 암을 담도암이라고 하는데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민물회 섭취로 인한 간디스토마, 간내 담석, 담도의 선천성 기형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담도암의 가장 흔한 증상이 황달이며 가려움증, 진한 소변, 피곤함, 오심, 구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쓸개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생긴 암이 담낭암이다. 담낭암이 왜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담낭암 환자의 약 70% 정도에서 담석증이 동반되지만 명확한 위험인자로 인정되지 않아 담낭암 예방을 위해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담낭벽이 두껍거나 표면이 불규칙한 경우, 선천기형을 동반하거나 담낭벽에 석회가 침착된 경우는 예방적으로 담낭 절제를 시행한다.

■종양표지자와 CT MRI 검사

췌장암의 초기 진단을 위해 특정암에서 반응을 보이는 종양표지자가 활용된다. 종양표지자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물질로 혈액, 소변, 또는 조직 검체에서 검출되는데 CA 19-9가 주로 이용된다. 그러나 검사에서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암으로 확진하지는 않는다. 췌장암, 위암, 대장암, 폐암, 난소암 뿐만아니라 양성 질환에서도 이상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효용성이 다소 떨어진다. 단 한번의 CA 19-9 검사보다는 추이를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원가에서 흔히 하는 초음파는 췌장 앞에 위장이 위치해 있고 장의 가스로 인해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 전체 췌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CT나 MRI가 많은 도움이 된다. CT는 5분내 검사가 가능하며 높은 정확도를 지닌 반면 방사선 피폭은 감수해야 한다. MRI는 CT보다 정확도가 우수하나 촬영시간이 40~50분 정도 소요되며 환자가 호흡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비용도 CT에 비해 약 2배 정도 고가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담도암도 발견이 쉽지 않다. 초기 진단을 위한 명확한 지침이 현재까지 없다. 혈액검사에서 간 기능의 이상 소견, 종양표지자인 CA 19-9와 CEA의 상승, 초음파상 담도의 확장 등이 진단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초음파로 종괴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초음파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담도의 확장이 단서가 되어 정밀 검사를 통해 진단이 된다. 종양으로 인해 담도에 협착이 생기면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2차적으로 담즙이 차서 담도가 팽창하는 것이다.

■ERCP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췌장암과 담도암을 완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이다. 하지만 발견 당시에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20% 이하이기 때문에 내과적인 치료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수술을 할 수 있는 케이스라도 황달이 있으면 수술을 바로 진행할 수가 없다. 이럴 경우 황달 치료에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술이 ERCP(내시경 역행 담췌관조영술)이다.

ERCP는 검사와 시술 2가지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다. 특수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해 조영제를 주입한 뒤 병의 유무를 확인하거나 조직검사를 위해 검체 채취도 할 수 있다. 담도 내의 결석을 제거하거나, 담도가 막혔을 때 담즙 배액술 등의 치료까지 가능한 시술이다. ERCP 시술로 막힌 담도가 개통되면 환자의 황달과 간 수치가 좋아져 외과적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한췌장담도학회 학술이사와 부울경 지회장을 역임한 췌장 담도질환의 권위자인 강대환 병원장은 “바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거쳐 췌장암이나 담도암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에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수술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경우에는 전통적인 항암요법으로 수명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는 시도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췌장 담도질환은 진단과 치료에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해운대부민병원 ERCP센터에서는 오전에 혈액검사와 CT MRI를 찍은 후에 오후에 ERCP 시술이 가능하다. 당일 진료와 당일 시술은 대학병원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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