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반격 나선 우크라, 헤르손 수복이 전쟁 분수령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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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오데사 진격 막을 요충지
방어 치중하던 우크라 첫 공격작전
탈환 땐 서방 추가 지원 명분 확보
실패하면 러와 휴전압박 커질 듯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인근 초르노바이우카 한 마을에 떨어진 불발탄 옆을 러시아 군용 트럭이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인근 초르노바이우카 한 마을에 떨어진 불발탄 옆을 러시아 군용 트럭이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전략적 요충지인 남부 헤르손 지역이 향후 전쟁의 향배를 가를 전장터로 주목받는다. 방어에 급급하던 우크라이나군이 처음으로 공격 작전을 펼치는 곳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복 여부에 따라 전쟁의 공기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서 미국 당국자, 영국 국방부 정보당국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탈환을 위해 전력을 비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의 경제 기반을 다져온 항구도시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겼던 곳 중 인구가 가장 많다. 지정학적으로도 러시아의 오데사 진격을 막을 수 있는 저지선 역할을 해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탈환해야 할 곳으로 꼽힌다.


현재 러시아군이 동부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어 헤르손 탈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더불어 헤르손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보급로 공격으로 사실상 고립돼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군사 보급에 쓰던 교량 3곳을 집중 공격했으며, 현재 1366m짜리 안토니우스키 대교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공격 작전에 나서는 데는 최근 미국 등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의 역할이 크다. HIMARS는 다연장로켓시스템을 장갑 트럭에 올린 무기로 사거리와 정확성이 러시아제 미사일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도 미국의 HIMARS 지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다.

우크라니아군이 헤르손 탈환에 성공할 경우 군사 사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고, 전쟁 능력을 인정 받아 서방과 미국으로부터 대량 무기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전쟁을 이어나갈 동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반면 헤르손 탈환에 실패하면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군사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전쟁을 끌고 갈 명분이 약해지면서 러시아와 휴전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1단계는 러시아군의 키이우 공략, 2단계는 러시아군의 돈바스 점령, 3단계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다. 엘리엇 코언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WSJ 보도에서 “헤르손을 되찾는 것은 뱀섬(즈미니섬) 탈환이나 모스크바함 격추보다 의미가 크다”면서 “서방의 꾸준한 군사·경제적 지원 덕분에 모멘텀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치열한 전쟁 속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첫 수출선박이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항을 1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오후 2시 30분)에 출항했다고 튀르키예 국방부가 발표했다.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옥수수를 실은 시에라리온 선적의 화물선 ‘라조니’(Razoni)호가 레바논을 향해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지난 22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막힌 흑해 수출길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곡물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실제 수출량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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