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잦은 여름, 눈·귀·입 통한 ‘수인성 질병’ 주의보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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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약한 영유아·어린이 잘 걸려
장염·결막염·외이도염 대표 질환
설사 심하면 미음·쌀죽 섭취를
수영 후 눈과 귀 등 청결 유지해야

물놀이 시즌에는 감염성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부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김형수 과장이 어린이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물놀이 시즌에는 감염성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부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김형수 과장이 어린이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한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의 바다나 계곡, 수영장, 워터파크에는 연일 가족 단위 피서객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더위를 날려버리려고 떠난 즐거운 물놀이에서 되레 여러 질환을 얻어 오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어린이의 경우에는 이 같은 질환으로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물놀이가 늘어나는 7~8월이면 함께 늘어나는 대표적인 질병이 장염과 바이러스성 결막염, 외이도염이다.



■물놀이 후 설사·구토 시달린다면

여름철 고여 있는 물속엔 수인성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서식하고 있다. 물놀이를 다녀온 아이가 설사와 구토, 발열 등의 증세에 시달리면 노로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10~50시간, 아데노바이러스는 8~10일의 잠복기를 갖기 때문에 물놀이와 연관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두 바이러스 모두 감염된 환자의 분변이나 구토물을 통해 감염되며,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섭취했을 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 장염은 주로 설사와 구토 증세를 일으키고, 아데노바이러스 장염은 변이 물처럼 쏟아지는 수양성 설사를 보인다. 설사는 보통 하루에 3번 이상 지속되며, 구토는 물만 먹어도 토하는 양상을 보인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물과 음식은 열을 가해 조리하는 한편, 물놀이를 다녀온 뒤 감염자 접촉이 의심되면 옷을 염소계 표백제로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염 증상이 계속 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및 전해질 공급이다. 바이러스 장염은 구토나 설사가 주 증상이라 쉽게 탈수에 빠지므로, 영유아의 경우 분유나 모유 대신 어린이 설사용 전해질 용액을 먹이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들은 우유를 마시면 소장내벽의 융모막 손상으로 인해 소화가 어려울 수 있고, 구토가 심한 경우 밀가루 음식도 피해야 한다.

부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김형수 과장은 “설사가 심하면 미음이나 쌀죽을 먹여 충분한 수분 섭취에 신경 쓰되, 차가운 음식이나 주스 등은 피하는 등 치료 후 1~2주 정도는 각별히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며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이온음료를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청량음료나 이온음료는 당도가 높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러운 손으로 눈 비비면 안 돼

물놀이 후 걸리기 쉬운 또 하나의 질병은 ‘아폴로 눈병’이라고 불리는 유행성 결막염이다. 봄철에는 꽃가루나 미세먼지가 결막염의 주 원인이지만, 여름철에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각결막염과 급성출혈결막염이 많이 발생한다. 아데노바이러스가 결막에 침투하면 결막염이, 각막까지 침투하면 각결막염이 된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각결막염에 걸리면 눈이 가려우면서 눈곱과 눈물이 많이 생기고, 눈꺼풀이 부으면서 이물감, 눈 통증 등을 유발한다. 어른들은 주로 눈에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경우 고열, 인후통, 설사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하거나, 심하면 각막혼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행성 결막염과 각결막염은 전염성이 높아 가족 중에 감염자가 발생하면 가족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잠복기가 짧아 빠르게 퍼지는 대신 회복도 빠른 것이 특징이다. 급성출혈결막염은 1주일, 유행성각결막염은 3~4주가 지나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자연 치유되지만 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한다. 따라서 물놀이 장소에서 비누나 수건 등 공용 물건 사용은 가급적 피하고, 더러운 손으로 눈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부산의료원 안과 박건형 과장은 “유행성결막염에 걸렸다면 절대로 눈에 손을 대거나 비비지 말고 분비물을 물티슈 등으로 깨끗이 닦아내야 하며, 냉찜질을 해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2차 세균 감염이 오게 되면 영구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는 한편, 손을 자주 씻고 수건과 침구 등을 따로 사용해 가족 간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봉으로 귀 후비다 외이도염 우려

수영이나 목욕 후 귓속에 물이 들어가 귀가 먹먹했던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인 외이도에 습기가 차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자녀가 물놀이 후 귀가 가렵고 아프다고 하면 외이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외이도염은 세균이나 진균에 의한 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여름철에는 높은 습도와 온도 탓에 귓속에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데 오염된 물에서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다 보면 외이도가 세균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외이도염의 일반적 증상은 가려움증, 통증, 이루(귀의 분비물) 등이 있으며,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외이도가 심하게 붓거나 염증 찌꺼기로 막히게 되면 이충만감(먹먹함)과 청력 감소까지 진행될 수 있고,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는 만성 외이도염에 이를 수 있다.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면 물놀이 후 선풍기나 약한 드라이기 바람으로 귓속의 습기를 충분히 말려주는 것이 좋다. 부산의료원 이비인후과 박성수 과장은 “귀에 물기를 제거하려고 면봉으로 귀를 후비다가 귀에 상처가 나고 이것이 외이도염에 이르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흔한 만큼 과다한 면봉 사용은 피해야 한다”며 “또 적당량의 귀지는 외이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자주 귀를 파서 귀지를 없애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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