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배출 고성 산세 공장, 뒤늦은 허가 취소 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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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등 각종 유해물질 발생
군, 주민 반발에도 “취소 불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입장 번복
도에 제출한 서류서 결함 발견

고성지역 농·어업인과 주민, 환경단체, 청년대표 등으로 구성된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4일 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투쟁위 제공 고성지역 농·어업인과 주민, 환경단체, 청년대표 등으로 구성된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4일 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투쟁위 제공

경남 고성군이 ‘1급 발암물질’ 배출 시설로 논란을 빚은 대독산업단지 내 ‘산세 공장’ 허가(부산일보 5월 10일 자 12면 보도)를 취소하기로 했다. 인허가 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다.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적법 절차’라며 취소 불가 방침을 고수하던 군이 단체장이 바뀌자 돌연 입장을 번복하면서 행정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사업자도 법적 다툼을 예고하면서 당분간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성군은 최근 대독산단에 입주한 중소 기자재업체 A사에 산세 공장 건축 허가 취소를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민간사업자가 거짓으로 부당하게 건축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다. 고성군은 “경남도에 제출한 서류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을 발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A사는 애초 금속가공제품제조업(도장업)을 추진하다 산 세정 공정을 추가했다. 산 세정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할 때 황산이나 염산 등을 이용해 표면에 부착된 부산물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이 과정에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니켈을 비롯해 각종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

대독산단은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만 입주할 수 있다. A사는 작년 12월, 대독산단 입주를 앞두고 군에 제출한 환경보전방안검토서에 유해 물질 발생은 없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산세 공정 허가를 받으려 경남도에 낸 ‘대기배출시설 설치 신고서’에는 유해 물질(니켈)이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군과 도에 신고한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A사는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군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군은 이미 신뢰를 상실한 것으로 판단,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48조(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가 승인 받은 경우)’를 근거로 허가 취소에 필요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처분을 두고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이 이런 정황을 이미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사는 1월 18일 도에 대기배출시설 설치 신고를 했다. 군은 이를 토대로 하루 만에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제대로 된 서류 검토 없이 허가해 준 셈이다.

게다가 산세 공장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군청 앞 집회를 통해 연일 부당함을 호소했고, 4월과 5월에는 ‘공장건립 건축 허가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까지 냈다. 그런데도 ‘법적으로나 행정절차 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군은 민선 8기 새 집행부가 들어서자 부랴부랴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고성군은 허가 과정에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체 측이 도에 신고한 사항까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오락가락 행정이 지역사회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독산단 반경 1km 이내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학교, 어린이집, 유수지 생태공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거부감이 큰 산세 공장에 대한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논란이 가중되자 “주민이 우려하는 환경 피해는 없다”는 업체 측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했다.

A사는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행정소송을 비롯해 처분이 현실화 할 경우, 그동안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농·어업인과 주민, 환경단체, 청년대표 등으로 구성된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절차상 명백한 하자가 드러난 만큼 허가 취소는 당연하다”면서도 “왜 이제야 알았는지, 특혜나 봐주기는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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