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안펴져요" 듀피트렌 구축, 증상 시작 때 빨리 수술해야 예후 좋아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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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부산마이크로병원

듀피트렌 구축에 시달리는 환자의 손 모습. 부산마이크로병원 제공 듀피트렌 구축에 시달리는 환자의 손 모습. 부산마이크로병원 제공

수부외과 분야 권위자인 김용진 의무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마이크로병원 제공 수부외과 분야 권위자인 김용진 의무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마이크로병원 제공

A(56) 씨는 2~3년 전부터 손바닥에 혹 같은 게 만져졌다. 시간이 갈수록 혹이 점차 길어지더니 손바닥에 막대 모양의 혹으로 커졌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는데 몇 개월 전부터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손가락이 구부러져 펴지지 않았다. A 씨는 그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에 병원을 방문했고, 담당 의사는 ‘듀피트렌 구축’ 이라며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이름도 다소 생소한 듀피트렌 구축은 손바닥 피부 아래에 있는 근막이 점차 두꺼워져 나중에는 손가락을 펼 수 없는 상태로 진행하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A 씨의 사례처럼 작은 혹으로 시작해 점차 길이가 길어지다가 손가락의 중수지 관절과 근위지 관절이 오그라드는 상태를 초래한다. 듀피트렌 구축은 아무 방향이나 생기는 것이 아니고 특징적으로 세로로 길게 생긴다. 주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손가락에 잘 생긴다.

이 병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성향이 강하다. 주로 백인에게 많이 생기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발병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외 당뇨, 술, 담배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며 손을 험하게 쓰는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하고 진동 작업도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듀피트렌 구축이 있다고 다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행이 빠른 경우나 손가락이 구부려져 기능 장애가 올 때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의 주요 목적은 혹을 제거하는 것도 있지만 우선 굽혀진 손가락을 펴는 것이다. 수술은 단순히 길게 생긴 혹을 자르기만 하는 방법과 침범된 근막을 다 제거해주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 병은 수술을 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유전적 영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술을 한다 해도 그 유전자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마디인 중수지 관절은 비교적 잘 펴지지만 두 번째 마디인 근위지 관절은 펴기가 쉽지 않고 펴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근위지 관절이 정 펴지지 않으면 뼈를 잘라내고 관절을 붙이는 유합 수술을 추가로 할 수도 있다.

이 병은 두꺼워진 근막이 신경, 혈관을 감싸면서 자라기 때문에 근막을 박리할 때 신경과 혈관 손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치료기간은 수 주 이상 길게 걸릴 수도 있으며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재발 빈도가 높아서 수술 후 5~10년 내에 50% 정도에서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수술적 방법으로 스테로이드 주사를 병변 부위에 주기도 하는데 1~3년 내에 50%가 재발한다고 한다.

부산마이크로병원 김용진 의무원장은 “듀피트렌 구축 수술은 신경과 혈관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많고, 고난도 수술이어서 경험이 많은 수부 세부전문의와 상의 후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며 “손가락이 구부려져 펴지지 않는 단계에 오면 되도록 빨리 수술 해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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