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 ‘아미동 비석마을’ 철거 절차 착수, 주민 반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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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업체 적격 심사 진행 중

이달 중순 선정 후 공사 본격화

보상금·일방적 통보 등 반발

주민 절반 여전히 이주 거부

구청 “수용 재결 심의 예정”

부산 서구청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 부지로 지정돼 철거 대상이 된 비석마을 일대 주택. 부산일보DB 부산 서구청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 부지로 지정돼 철거 대상이 된 비석마을 일대 주택. 부산일보DB

부산 서구청이 모노레일 사업을 위해 대표적인 피란유적 '아미동 비석마을' 내 일부 주택에 대해 철거 업체를 공모하며 철거 절차를 본격화했다. 주민들은 이주 대책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구청이 일방적으로 철거를 추진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3일 서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비석마을 일대 아미동2가 231-181번지 건물 31개동 철거를 위해 철거 업체 적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철거 대상 건물이 속한 부지는 서구청이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영주차장으로 조성하려는 곳이다.

구청은 심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공사 업체를 최종 선정한 뒤 사업자와 협의해 철거 일정을 짜고 이주를 완료한 건물부터 순차적으로 철거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건물 철거가 끝나면 구청은 이곳에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일부 주민들은 구청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추진한다고 비판한다. 주민 절반가량이 이주 계획이 없는데 철거 업체를 일찍 선정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구청은 올 3월 감정평가를 토대로 세대당 평균 4000만 원 보상금을 제시한 이후 세 차례 협의 끝에 철거 대상 건물 31개동 거주자 47명 가운데 26명과 협의를 완료했다. 나머지 21명은 적은 보상금과 구청의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해 이주 거부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청은 이들을 대상으로 부산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 재결 심의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앞서 비석마을 일대가 공영주차장 부지로 지정되면서 서구청은 보상금액과 이주대책을 두고 주민과 오랜 갈등(부산일보 3월 28일 자 10면 등 보도)을 빚었다. 2020년 10월부터 협의가 이어졌지만 2년 가까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철거 대상 지역 주민들 다수가 마을에 50년 이상 거주한 70대 이상 고령층으로, 소득이 없고 이주지를 구하기 마땅치 않아 주민들은 주거권 보장을 외치며 사업에 반대했다.

비석마을에 50년 이상 거주한 한 주민은 “협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비어있는 건물들부터 철거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빨리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과 같다”며 “책정된 보상금액으로 이사 갈 곳도 없고 일평생 살아온 마을을 구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떠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철거 공사 계획은 빈집 관리를 위한 것이지 공영주차장 조성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구청 신성장사업추진단 관계자는 “빈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면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고 공가에서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구청이 책임져야 해 철거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남아있는 주민 거주지 바로 옆 건물을 철거하는 것처럼 무리하게 공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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