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해협 ‘펠로시 격랑’, 역내 안정 해쳐선 안 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중 군사 충돌 가능성 높아져

세심한 외교, 안보·경제 준비 절실


낸시 펠로시(왼쪽 6번째)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강력 반발에도 이날 대만 땅을 밟았다. 타이베이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왼쪽 6번째)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강력 반발에도 이날 대만 땅을 밟았다. 타이베이 AFP=연합뉴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일 밤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중 패권 전쟁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미국 하원의장으로서는 1997년 이후 25년 만에 대만 땅을 밟은 펠로시 의장은 도착 성명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면서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의 거센 항의 속에 이뤄진 대만 방문 명분이 ‘중국 공산당의 공격에 미국이 민주주의 파트너인 대만과 함께한다’라고 천명한 셈이다.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서 “불장난하면 필히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던 중국은 항모 랴오닝·산둥호를 출동시켰다. 이어,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대만에 근접할 무렵 중국 군용기 2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는 등 무력 시위를 벌였다. 미국도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면서 안전 확보를 이유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 등 항모전단을 대만 동부 해역으로 전진 배치했다. 이처럼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과 남중국해 일대에 항공모함을 동시에 출동시키면서 무력을 통한 일촉즉발의 패권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 질서가 신냉전 시대로 재편되는 가운데 대만해협이 화약고로 급부상하는 장면이다. 미·중 갈등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비화할 경우 우발적인 군사 충돌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첨단 기술과 자원 등 경제 영역에서 시작된 두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 정치·외교·군사적 대결로 치닫는다면 예측 불허의 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 게다가 양국 모두 맞물린 정치 일정으로 물러서기도 어려운 처지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 짓는 10월 3차 전국공산당대표회의를 앞두고 대만 문제에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역내 안정을 위한 현명한 외교적 선택과 전략적인 위기관리가 절실하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도 불똥을 맞을 수 있고,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굳건히 다지면서도 국력이 급부상한 중국과의 관계 또한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정부는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대만해협 갈등이 우리 안보 및 경제에 미칠 영향을 관리할 치밀한 전략과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