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70>쉼표, 가벼이 여기지 말라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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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천(명관) 감독은 부산 서구 송도 출신으로 국내외에 많은 독자가 있는 인기 작가 김언수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이 기사 문장을 보면 천명관 영화감독이 부산 송도 출신인 듯하지만, 실제로 그는 경기도 용인 출신이다. 글은 이렇게 손보면 헷갈리지 않을 터.

‘천 감독은 국내외에 많은 독자가 있는 부산 서구 송도 출신 인기 작가 김언수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더 간단하게, 쉼표 하나만 찍는 방법도 있다.

‘천 감독은, 부산 서구 송도 출신으로 국내외에 많은 독자가 있는 인기 작가 김언수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한데, 저렇게 헷갈리는 기사를 보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재격돌하기도 했다.’

이러면, 배현진 최고위원이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지지’한다고 볼 수도 있고,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함께 안철수 의원을 지지’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이런 헷갈림은 역시 간단히 정리된다.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재격돌하기도 했다.’

이렇게 쉼표 하나만 찍어도 독자가 덜 헷갈렸을 것이다. 문장부호의 힘이다. 작은 것들의 위력. 실제로, 가볍고 하찮아 보이는 토씨(조사) 하나 잘못 써도 글이 망가질 수 있다.

‘한편 모델별로 보면 벤츠의 중형 세단 E클래스가 1만3777대를 팔려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기사를 보면, 독자가 뭐라 하겠나 싶다. 설마 신문 제작 시간이 모자라서 ‘1만3777대를 팔려’를 ‘1만 3777대(가) 팔려’로 고치지 못하지는 않았을 터. 설사 그렇더라도 결코 변명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아래 기사 문장도 역시 조사를 잘못 썼다.

‘신장공안파일로 이름 붙여진 이 자료는…영국 BBC를 비롯한 14개 언론사가 검증을 거쳐 공동으로 보도되었다.’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14개 언론사가 검증을’에서 토씨 ‘가’만 없애면 제대로 된 문장으로 태어난다.

아래 보기글에서 토씨 ‘밖에’를 지우고 보면 역시, 결코, 토씨를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가지고 있는 돈이 천 원밖에 없었다.’

토씨가 없으면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이 ‘공부 모르는 학생’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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