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방문’ 보복 본격화… 중, 대만에 경제 제재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4일부터 ‘대만 포위’ 무력 시위

천연모래·냉장갈치 등 수출입 중단

러·이란 등 반미 세력과 연합 강화

미 상대 직접적 군사 행동은 없을 듯


3일 대만 타이베이 한 건물 벽면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환영하는 광고판이 걸려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3일 대만 타이베이 한 건물 벽면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환영하는 광고판이 걸려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과정에서 우려했던 미·중 간 군사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 전쟁을 벌이는 미·중 간 갈등의 뇌관을 달굴 전망이다.


■中, 무력 시위 이어 자원무기화?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에 대한 1차적 반발로 전방위 무력 시위를 벌인다. 4~7일까지 대만 북·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 등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을 실시한다.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군사 행동을 벌이는 셈이다.

중국의 군사훈련에 따른 대만해협의 안전 우려로 세계 물류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천연가스 공급업체들이 북아시아로 가는 일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 속도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주말에는 대만과 일본으로 가는 화물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이후 중국산 천연모래,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등 일부 품목의 수출입을 잠정 중단해 경제 보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만 독립 성향으로 분류한 대만 측 기금회와도 협력을 차단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앞서 1일 음료수 생산 기업 웨이취안과 과자류 생산 기업 궈위안이 등 100여 개 대만 기업의 식품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신냉전 기류 확산하나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결정할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대만 문제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허용한 듯한 대내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경제·군사적 보복 조치에 고삐를 죌 수 있다.

반미 국가와의 연합 전선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러시아, 이란, 중국은 대만 분쟁, 우크라 전쟁, 핵 개발 등에 미국의 간섭을 피하겠다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밀착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 이에 맞서 미국과 한국, 일본, 서방 간 안보 연합체제도 힘을 받아 신냉전 기류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직접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고강도 대응으로 미국과 경제·군사적으로 대치할 경우 내부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국도 이득이 없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내외 리더십 회복을 위해 중국의 도발적 행위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의 대외 여파가 제한적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