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선대본부장이 공기업 사장으로… 거제시 ‘보은 인사’ 논란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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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송 전 조합장, 시장선거 출마

경선 탈락 후 선거 캠프서 활동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사장 임명

자격 요건 충족 못 해 ‘꼼수’ 지적


지난달 25일 거제시 공공청사에서 열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제5대 정영송 사장 취임식’에서 정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제공 지난달 25일 거제시 공공청사에서 열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제5대 정영송 사장 취임식’에서 정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제공

경남 거제시 지방공기업인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새 사장 선임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현 시장의 지방선거 캠프 선대본부장이 낙점되면서 노골적인 ‘낙하산·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응모 자격으로 인정한 경력 사항을 놓고도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공사에 따르면 최근 제5대 사장으로 정연송(62) 거제비전연구소 이사장이 임명됐다. 공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앞서, 공개모집에 지원서를 낸 4명을 대상으로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정 사장을 포함한 2명을 추려, 임명권자인 박종우 거제시장에게 추천했다. 새 사장 임기는 임명일로부터 3년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도 가능하다. 연봉은 기본급에 수당, 인센티브를 합쳐 1억 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 시장 선거 운동을 도운 데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 사장은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해 컷오프까지 통과했지만, 여론조사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후 박 시장을 공개 지지하며 캠프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러곤 민선 8기 시장직인수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다.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애초 공사가 공지한 응모 자격은 △4급 이상 국가 또는 지방공무원으로 3년 이상 재직 △상장 또는 등록 기업에서 상임임원으로 3년 이상 근무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기관, 출연기관의 상임임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밖에 상기 사항에 준하는 자격이 있다고 추천위원회에서 인정한 경우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려면 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정 사장은 미남크루즈해양관광 대표이사(2007~2016년),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2015~2021년), 부산시수영연맹 회장 경력이 전부다. 이것만으로는 공지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자격 미달인 셈이다. 이에 임추위는 유람선 대표이사와 조합장 경력을 근거로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다고 봤다. 임추위의 자의적 판단이라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사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객관적 평가 기준에 근거해 적법 절차에 따랐다”고 일축했지만, 사장 선임을 둘러싼 구설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부에서조차 일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사는 지자체 출자로 설립돼 인사권이 지자체장에게 있는 탓에 시장이 바뀔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한 설평국 초대 사장을 비롯해 바통을 이은 김경택, 권순옥 사장도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직원은 “잡음이 없었던 적이 없는 듯하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구성원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 사장은 일단 조직 추스르기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런 논란에 대해)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 공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찾아 내 해법을 찾겠다”며 “스마트 시스템 도입을 통한 원가 절감과 효율적인 조직 개편 등으로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지역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을 목표로 2012년 1월 출범했다. 거제시가 초기자본금 220억 원을 전액 출자했다. 지금은 관광시설 조성·관리, 관광 상품 개발, 공공시설 관리 대행 업무 등을 전담하고 있다. 직원 수는 220여 명이다. 매년 시설관리위탁금 등 명목으로 거제시로부터 250억 원 상당을 지원받으면서도 작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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