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자율성 보장’에 환영받던 OTT…‘안나’ 편집권 논란 일파만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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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주영 감독과 OTT 쿠팡플레이의 편집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안나’ 스틸 컷. 쿠팡플레이 제공 ‘안나’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주영 감독과 OTT 쿠팡플레이의 편집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안나’ 스틸 컷.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안나’를 둘러싸고 제작진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 플레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감독과 스태프가 편집권을 훼손당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쿠팡 플레이는 계약서상 권리라고 맞서고 있다. 그간 OTT 콘텐츠가 감독의 자율성을 대체로 보장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어 콘텐츠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안나’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쿠팡 플레이의 편집권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감독 측은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나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했다”며 “‘안나’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기획·제작 단계 당시 8부작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6부작으로 공개됐다. 이 감독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회당 45~61분의 8부작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종 공개본은 회당 45~63분의 6부작으로 편집됐다. 이 감독 측은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게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며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내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쿠팡 플레이는 이조차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쿠팡플레이는 감독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쿠팡 플레이 측은 “지난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감독은 이를 거부했다”며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원래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그 결과 시청자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됐다”며 “다만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총 8부작의 감독판을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쿠팡플레이 ‘안나’는 제작과 기획 당시 8부작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6부작으로 공개됐다. 사진은 ‘안나’ 스틸 컷.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 ‘안나’는 제작과 기획 당시 8부작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6부작으로 공개됐다. 사진은 ‘안나’ 스틸 컷. 쿠팡플레이 제공

이 감독 측은 쿠팡 플레이의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안나’ 제작진 6명도 이 감독의 주장을 지지하며 편집권 공방에 가세했다. 제작진인 이의태 씨와 정의성(촬영), 이재욱(조명), 박범준(그립), 김정훈(편집), 박주강(사운드) 씨는 공식 입장을 내고 “6부작 ‘안나’에 남아있는 이름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편집 감독이 하지 않은 편집과 촬영과 조명 감독이 확인하지 않은 수많은 색 보정 컷들, 사운드 작업물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며 당혹스러웠다”며 “혼신의 노력이 쿠팡플레이에 의해 잘려나갔다”고 했다. 김정훈 편집감독은 자신의 SNS에 “쿠팡이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로부터 받아간 것을 알고 설마했다”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면서 신뢰가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썼다.

이번 갈등은 OTT 제작 환경이 창작자의 자율성을 상당히 보장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OTT는 작품의 지식 재산권(IP)과 흥행 수익을 가져가는 대신 과감한 비용 투자와 감독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창작자 사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혀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제작사 대표는 “일반적으로 콘텐츠 편집권은 제작자와 감독이 협의해 결정되지만, 최종 권한은 제작자와 투자사에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면 수많은 회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는다”고 했다. 이어 “투자사란 이유로 창작자에게 무례하게 행동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콘텐츠 투자사 관계자는 “저작자의 동의 없이 몰래 편집을 감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창작자들의 권한에 이해가 부족한 OTT 내부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봤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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