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과근무 부정수급’ 부산시청 공무원, 어떻게 빼돌렸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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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로 시간·작업 설정

컴퓨터 켜 놓고 퇴근하면

초과근무 수당 인정 시간에

마우스 커서가 퇴근 클릭

사기 등 혐의로 검찰 송치


부산시청 전경. 부산시청 전경.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수급한 혐의(부산일보 1월 22일 자 8면 보도)로 조사를 받던 부산시청 공무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수법과 더불어 부산시 감사에서 적발된 금액 이상의 부정수급 규모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공무원의 조직적 비위라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다.

7일 부산경찰청과 부산시청 등에 따르면, 최근 부산경찰청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한 혐의(사기·위작 공전자기록 행사 등)로 부산시청 공무원 A 씨를, 이를 도운 혐의(방조)로 같은 공무원 B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찰 요구에 따라 막바지 보완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초과근무 시간을 허위로 입력해 초과근무 수당으로 약 3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는 당초 부산시 감사에서 드러난 160여만 원보다 배 가까이 큰 규모다. 부산시 공무원의 초과근무 한도는 한 달 최대 40시간으로, 한 달에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 수당은 대략 60만 원이다. 300만 원은 5개월치의 최대 초과근무 수당에 해당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명령어를 입력해 자동반복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A 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시간과 작업 등을 자동 설정하는 수법으로 초과근무 시간을 조작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컴퓨터를 켜놓고 퇴근을 하면 초과근무 시간이 인정되는 퇴근시간에 마우스 커서가 자동으로 부산시 업무망 ‘부산시 행정포탈’에서 ‘퇴근’을 클릭한 뒤, 컴퓨터 종료까지 실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A 씨의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매크로 프로그램 파일을 찾아 A 씨가 이를 시청 컴퓨터에 다운받도록 도왔다. 이후 B 씨는 A 씨에 매크로 프로그램의 이용법 등을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부산시 감사에서 A 씨와 B 씨의 비위가 처음 적발됐다. 시 감사위원회는 제보를 통해 두 사람의 구체적 혐의를 확인하고 사기 등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감사 이후 A 씨의 직위를 해제했다. B 씨는 수사 결과에 따라 처분이 결정될 예정이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부정행위로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한 마음이다. 전 직원의 복무 감찰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매크로를 이용한 부산시 공무원 수당 부정 수급 행위는 세금을 빼돌린 대시민 사기행위”라며 “다른 부정행위가 있는지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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