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속도 외엔 차별성 없는 5G, 인기 ‘시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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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월간 증가폭 하락세 지속

초연결 등 혁신 기술 부족 주원인

4G 가입자 감소세는 크게 줄어

가성비 낮은 5G 중간요금제 탓도


5G 가입자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최근 5G 중간요금제 5종을 새로 선보였다. 5G 중간요금제에 대해선 4G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5G 가입자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최근 5G 중간요금제 5종을 새로 선보였다. 5G 중간요금제에 대해선 4G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출시 이후 ‘열풍’처럼 이어졌던 5G의 인기가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5G 가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가입자 증가폭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반면, 5G 등장 이후 내리막을 걷던 4G LTE의 경우 최근 가입자 감소폭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다운로드 속도’ 이외에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5G가 성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G 가입자, 증가세 둔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5G 가입자 수는 2459만 명으로 전달에 비해 54만 명 늘었다. 5G 가입자의 전월 대비 증가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1년 1월 102만 명과 비교하면 53.4%에 머문 수치다.

5G 가입자의 월간 증가폭은 이미 2019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8월 88만 명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월에 29만 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5G 가입자 규모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3월 5G 월간 가입자는 다시 50만 명을 넘겼고 2021년 8월에는 102만 명까지 치솟았다.

지난해까지 60만~90만 명 규모를 유지하던 5G 월간 가입자 수는 올해 들어 4월 이후 3개월 연속 50만 명 규모로 줄었다. 5G 가입자 증가율(전월 대비)를 보면 감소 추세가 더 분명하다. 2020년 8월 10.2%였던 5G 가입자 증가율은 2021년 10월 5.3%로 줄었고 올해 3월 이후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반면, 4G LTE의 가입자 감소세는 줄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G 서비스는 한 달에 가입자가 60만 명씩 빠져나간 시기(2020년 11월~2021년 1월)도 있었다. 그러나 4G 가입자의 월 감소 규모는 올 2월 30만 명대로 줄어든 이후 3월, 5월, 6월에는 각각 10만 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4월에는 4G 가입자 수가 3만 9000여 명 증가했다.

■5G, ‘속도’ 외에 혁신 없어

‘속도’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5G는 ‘최고 속도’ 이외에 ‘체감 품질’에 영향을 주는 ‘최저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은 올해 초 발표한 ‘글로벌 통신시장에 5G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5G 도입으로 통신 속도가 하루 중 가장 느린 시간에도 속도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4G LTE는 하루 중 통신 속도가 가장 느린 시간(오후 8~9시, 오후 9~10시)의 다운로드 속도가 38.5Mbps에 그쳤다. 그러나 5G는 가장 느린 시간에도 80.3Mbps 속도를 기록했다. 체감 품질이 크게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5G는 ‘속도’ 이외에는 별다른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4G의 경우 3G에서 사실상 불가능했던 ‘동영상’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면서 소비자 편익을 크게 높였다. 정부와 통신 3사는 ‘5G 세상’이 열리면 사물인터넷 연결이 크게 확대돼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특히 자율주행, 실감형 미디어 등 일반 소비자들의 디지털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고속’과 함께 ‘초연결’ ‘초저지연’ 등을 강조했던 5G는 그러나 초연결 세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가상 네트워크 분할) 등 5G의 다양한 기술적 활용을 위해 필수적인 5G 단독모드(SA)도 국내에선 KT만 도입한 상태다. 세계이동통신사연합회(GSM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9년 전세계 통신사의 34%가 2년 내에 SA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2021년까지 SA를 도입한 통신사는 13%에 그쳤다”면서 “SA 보급은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5G 중간요금제, 4G 가입자 뺏기?

통신시장에서는 최근 출시된 5G 중간요금제에 대해서도 5G 가입자 증가율 둔화를 막기 위한 상품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G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보다 낮게 설정된 중간요금제가 기존 5G 가입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4G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한 상품이라는 분석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4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월간 데이터 사용량은 평균 26~28GB 정도다. 5G 중간요금제가 제공하는 24GB 안팎의 데이터는 4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 ‘더 빠른 속도와 비슷한 데이터량’으로 인식될 수 있는 셈이다.

10~100GB의 중간구간을 채우기 위해 출시된 5G 중간요금제가 50GB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로는 통신 3사가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41~43GB 수준이다. 따라서 통신 3사가 50GB를 중간요금제로 제공하면 ‘최고가 요금제’인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를 중간요금제에 빼앗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신 3사가 가입자를 고가 요금제로 끌어들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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