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사대화 채널 단절… 충돌 ‘안전장치’ 풀리나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후폭풍

각종 소통창구 취소·잠정 중단

중국 맞서 대만도 맞불 훈련

부산 타이베이대표부 이례적 성명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지난 5일 인민해방군 병사가 망원경으로 대만의 란양 호위함을 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대만 해안선 가까이서 찍은 이 사진을 두고 대만 언론은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지난 5일 인민해방군 병사가 망원경으로 대만의 란양 호위함을 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대만 해안선 가까이서 찍은 이 사진을 두고 대만 언론은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미 군사 소통 채널을 끊었다. 미·중 간 군사 충돌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까지 해제된 셈이다. 중국은 대만 상공에 탄도미사일까지 날리는 등 연일 군사 도발 수위를 높여 대만해협 일대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5일 미국과의 전구사령관 통화,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취소하고 불법 이민자 송환·형사법·다국적 범죄 퇴치·마약퇴치·기후변화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3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국방부 실무회담 등 군사 채널을 단절한 것은 미국과 대만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본다. 남중국해, 대만해협에서 미국을 의식하지 않은 채 군사 행동을 벌이겠다며 엄포를 놓은 셈이다. 특히 최근 ‘대만 통일 모의 훈련’으로 불렸던 대대적인 무력 시위 도중 나온 것이어서 이후 군사 충돌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더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간 공들여 온 기후변화 협상을 중단한 것도 미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국제 현안에 더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후 위기를 외면한다는 대외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5일 이같은 조치를 두고 “근본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규탄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펠로시 의장과 직계 친족에 대해 제재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상세 제재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입국 제한, 중국 내 자산 동결, 중국 기업·개인과 거래 금지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대적인 무력 시위와 제재 조치에 미국과 대만도 맞불을 놓으며 이들 간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1발 중 4발이 대만 수도 타이베이 주변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대만섬 상공을 지나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대만언론은 중국군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대만 관할 지역인 진먼섬 상공에 모두 11차례에 걸쳐 진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의 이번 군사훈련에 대해 “대만을 공격하는 모의훈련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대만도 오는 9~11일 남부 핑둥현 인근에서 곡사포, 박격포 등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다음 달 5일부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AH-1 코브라 공격헬기, 전차, 장갑차 등을 동원해 합동 실사격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중국발 추정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산 IT 제품의 사용 금지 범위를 공공기관 내 모든 장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핵심 비대칭 전력 중 하나인 해군 슝펑-2 지대함 미사일 부대 사진과 해양경찰함이 중국 구축함을 바짝 붙어 감시하는 영상도 공개하며 심리전을 벌였다.

대만은 국제사회에 중국의 군사 훈련에 대한 비판 전선에 동참할 것도 촉구한다.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린천푸 부산사무처 처장은 6일 성명을 내고 “중국은 탄도 미사일 11발을 대만 북동쪽과 남서쪽 해역을 향해 발사해 대만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지역 긴장을 고조시켰을 뿐 아니라, 국제 항공·해양 교통과 무역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중국의 일방적 군사 위협과 대만해협의 현상유지를 파괴하려는 행위를 공동 비난할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