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선택적 뉴스 회피' 대응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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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포털 종속 언론 환경이 저널리즘 위협

조회 수 급급한 기사가 독자 기피 불러

디지털 시대에도 좋은 콘텐츠 요구돼

품질 높은 저널리즘 구현에 노력해야


“뉴스의 신뢰가 하락하고 ‘선택적 뉴스 회피’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세계 주요 국가의 디지털 뉴스 이용과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수행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의 올 보고서가 내놓은 핵심 결과이다.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세계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한국의 경우 뉴스 이용자 3명 중 2명이 의도적으로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 대비 15%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보고서는 사람들이 뉴스 불신, 편향성, 정보 과잉으로 인해 뉴스에 대한 피로감과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고, 그 결과로 뉴스에 흥미를 잃고 뉴스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이용자의 선택적 뉴스 회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디지털 시대에 광고를 독식하는 거대 플랫폼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가운데 대형 포털이 디지털 뉴스 이용 경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언론사들은 포털 속 클릭 경쟁에 목을 매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낚시성 제목 붙이기, 베껴 쓰기, 어뷰징 등의 온갖 부정적인 관행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언론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이용자의 피로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뉴스의 서비스 질 개선이라는 공동 책무성을 등한시한 포털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겠으나, ‘눈에 띄는 기사’ 쓰기 유혹에 넘어가 저널리즘의 질과 신뢰도 하락을 자초한 언론의 근시안적 태도에 경고장을 줘야 마땅하다. 국내 포털 종속 생태계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품질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용자가 ‘많이 읽은 기사’(페이지 뷰가 높은 기사)와 ‘오래 읽은 기사’(Scroll Depth)의 품질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많이 읽기보다 오래 읽기 전략, 즉 높은 품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것이 언론사의 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연구자들은 현재 언론사들이 단기적 이윤을 위해 조회 수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이용자의 만족도, 효능감, 지속 이용 의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나 흥미를 끄는 기사는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지언정 제대로 읽히지 않고, 그렇지 않은 기사까지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단순 사실뿐만 아니라 분석과 해설 기사, 기획과 발굴 기사, 다양한 관점을 담은 기사, 취재원이 많은 기사를 오래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리즘 품질이 더 높은 기사에 대해 한정된 자신의 시간 자원을 기꺼이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뉴스 품질 전략의 중요성은 지난 6월 〈뉴욕타임스〉 ‘투자자의 날’에 발표한 설즈버거 회장의 연설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그는 “강력한 저널리즘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있으며 비즈니스는 저널리즘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이 곧 비즈니스이며, 그 비즈니스가 바로 저널리즘을 돕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품질 높은 저널리즘을 구현하지 않고 이런저런 콘텐츠를 모으고 소셜미디어에서 전파하는 것에 가치를 둔 결과 저널리즘이 붕괴했다고 지적하면서 강력한 저널리즘, 퀄리티 저널리즘으로 비즈니스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기의 위기 속에서 국내 언론사들은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과 효과적인 유통을 위해 통합 CMS를 구축했고,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까지 뉴스 유통 채널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포털에 종속되어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아진 생태계 속에서도 제한적이나마 뉴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용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편집국이 24시간 상시 마감 체제로 바뀌고, 편집국의 업무 속도나 편집회의 풍경은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했다.

언론사는 품질 저널리즘 구현이라는 가치를 디지털 전환 전략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시대에도 저널리즘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기사 쓰기 전략은 단순히 오래 읽히는 기사 쓰기를 통한 체류시간 늘리기 차원의 접근이어서는 한계가 있다. 단순 텍스트 기사에서 동영상과 그래픽, 이미지 등으로 구성한 멀티미디어 기사로, 선형적 기사 구성에서 비선형적 하이퍼링크를 포함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기사 구성으로 변화해야 한다. 선택적 뉴스 회피 현상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필두로 한 이용자들은 디지털 뉴스 콘텐츠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을 갖고 있다. 언론사들이 이용자들의 선택적 회피 풍조에 대응하는 길은 품질 높은 디지털 저널리즘의 구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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