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바이크 옆 와인동굴 '김해낙동강레일파크'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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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생림면 마사리 낙동강레일파크
바이크 밟고 철교 오가며 절경 만끽
와인터널에선 각종 산딸기 음료 상큼

이른 아침부터 찌는 듯이 무덥다. 이런 날에는 문을 꽁꽁 닫고 에어컨 바람을 즐기거나, 책 한 권 들고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게 제격이다. 그래도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면 시원한 강바람이 불고 얼음장 같은 냉기가 흘러나오는 와인동굴에 가는 게 최고다.


김해낙동강레일파크의 낙동강철교 레일바이크 김해낙동강레일파크의 낙동강철교 레일바이크

■낙동강레일바이크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김해낙동강레일파크’라는 글자를 입력했다. 뜻밖에 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IC로 가라는 안내가 떴다. 왜 그곳으로 가라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다 삼랑진철교를 지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김해낙동강레일파크은 밀양 삼랑진에서 철교만 건너면 바로 지척에 있기 때문이다. 김해 시내를 거쳐 가는 것보다 삼랑진을 지나가는 게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물론 해운대나 기장에서는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가도 된다.

김해낙동강레일파크로 가는 도중 가장 먼저 즐기는 스릴은 옛 삼랑진교를 지나는 것이다. 1905년 5월 철교로 만들어졌지만 1962년부터 인도와 차도로 변한 낙동강의 첫 번째 다리다. 삼랑진교의 폭은 4.3m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다니는 차량이 드물지만 혹시라도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만나면 교행을 할 때 비지땀을 좀 흘려야 한다.


레일바이크가 오고가는 낙동강철교. 레일바이크가 오고가는 낙동강철교.

김해낙동강레일파크의 시설은 두 가지다. 레일바이크와 와인동굴이다. 먼저 레일바이크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온 뒤 와인동굴에서 땀을 식히는 게 적당한 이용 순서다. 이곳의 주소는 김해 생림면 마사리다. 원래 이름은 ‘낙동강을 건너는 나루에서 말이 쉬는 마을’이라는 마휴촌이었다. 나중에 제방에 모래가 많이 쌓이자 ‘모래 사(沙)’를 붙여 명칭이 마사리로 바뀌었다.

레일바이크는 옛 경전선의 모정굴, 즉 생림터널과 낙동강 철교를 오가는 왕복 3km 시설이다. 이용객이 직접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레일바이크 한 대에는 최대 4명이 탑승할 수 있다.

레일바이크는 초반에는 가로수와 방음벽 구간을 달린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매미가 신나게 울어제친다. 레일바이크가 달리는 철로 위로는 10여 년 전만 해도 실제 기차가 달렸다. 그래서 도중에 자동차와 철로가 교차하는 건널목이 있다. 자동차가 지나가면 레일바이크는 정지선 앞에 멈춰 기다려야 한다.


레일바이크 방음벽 구간. 레일바이크 방음벽 구간.

건널목을 지나면 곧바로 한국전쟁의 흔적이 남은 낙동강철교가 나온다. 낙동강 철교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 4월에 경전선 구간으로 개설됐지만 2009년 폐설됐다. 이 철교를 통해 진주를 거쳐 전라도로 향해 기차가 달렸다.

철교 입구에는 15m 높이의 낙동강 철교전망대가 서 있다. 레일바이크 이용객은 이곳에 내릴 수 없다. 나중에 레일바이크를 이용한 뒤 걸어서 다시 와야 한다. 철교전망대에 오르면 철교 전경은 물론 낙동강 풍경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해질 무렵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낙조는 '왕의 노을'이라 불릴 만큼 절경이다.

철교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철교 구간이다. 발아래는 물살이 거침없이 흘러가는 낙동강이다. 시원한 강바람이 온 몸을 스친다. 과거에는 기차를 타고 갈 때 열린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몸을 밖으로 내밀어 시원한 강바람을 맞았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레일바이크 낙동강철교 구간. 레일바이크 낙동강철교 구간.

굳이 빠르게 레일바이크 페달을 밟을 이유는 없다. 느긋하게 천천히 달리면 된다. 철교 양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낙동강을 즐기면서 가야 한다. 물론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너무 느리게 달리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 여행지에서는 서로 지켜야 할 기본예절이 있다.

철교를 지나면 레일바이크 반환 지점이다. 도로의 원형 교차로처럼 생긴 곳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아 돌아오면 된다. 돌아오는 구간의 풍경도, 기분도 갈 때와 비슷하다.


밀양 삼랑진에서 바라본 낙동강철교 레일바이크. 밀양 삼랑진에서 바라본 낙동강철교 레일바이크.

■와인동굴

경전선이 운영될 때 생림면에는 열차가 지나던 터널이 있었다. 지역 사람들은 흔히 모정굴이라고 불렀다. 인근에 모정마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식 명칭은 생림터널이었다.

경전선이 폐선되자 생림터널도 문을 닫았다. 거의 10년 가까이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곳으로 전락했다.

2016년 레일바이크가 개통할 때 길이 500m의 생림터널은 와인동굴로 바뀌었다. 김해의 특산물이 산딸기인 점에서 착안해 와인을 맛보고 살 수 있는 시설로 바꾼 것이다.


와인동굴 입구. 와인동굴 입구.

와인동굴 초반부에 이름표가 붙은 와인 수백 병이 주둥이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이곳에서 와인을 사서 맛본 여행객이 다음에 와서 마시겠다며 맡겨놓은 와인이다. 산딸기 와인은 어떤 맛인지 음미하고 싶지만 차를 몰아야 되는 처지여서 일단 참기로 했다.

산딸기 제품을 맛보거나 구매하려면 산딸기닷컴이라는 이름을 가진 매점을 이용하면 된다. 와인, 칵테일, 식초는 물론 각종 음료,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와인동굴의 산딸기 장식품. 와인동굴의 산딸기 장식품.

와인동굴은 여러 가지 조명과 벽화, 장식품으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산딸기를 주제로 만든 동굴이기 때문에 각종 장식품 주제도 산딸기다. 요즘 여행의 대세가 사진 찍기인 점을 고려해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포토 포인트’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이용객 중에는 젊은 가족, 연인이 많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즐겁게 웃고, 사진을 확인하면서 다시 깔깔거린다.

무엇보다 산을 깎아 만든 시설이기 때문에 와인동굴은 정말 시원하다. 매점에서 마련한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지금 터널 바깥의 기온은 34도를 오르내린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정도다.


와인동굴의 포토 존. 와인동굴의 포토 존.

와인터널 끝부분 벽에는 조명으로 글자를 새겨놓았다. 코로나19, 경기 침체, 물가 상승, 취업 대란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민이 고통을 받는 현실을 고려해 위로를 주는 내용이다.

‘용기를 내! 거북이처럼 걷다보면 어느 새 이만큼 와 있을 거야.’

‘당신의 미소를 응원합니다.’


와인동굴의 우산 장식품과 사진 액자. 와인동굴의 우산 장식품과 사진 액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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