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관련, 이병진 부시장 “왜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느냐며 오 시장이 질책”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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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블랙리스트’ 첫 공판 증인 출석

“기획관리실장 자리를 없애겠다며
오 시장이 전화로 호통쳤다” 진술

‘오거돈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이병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8일 오후 부산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 ‘오거돈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이병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8일 오후 부산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

2018년 부산시장이 바뀐 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는 일명 ‘오거돈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병진 행정부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부시장은 당시 오 전 시장이 “왜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느냐”며 “당신이 없어도 부산시는 돌아간다. 기획관리실장 자리를 없애버리겠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과 박태수 전 정책특별보좌관, 신진구 전 대외협력보좌관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오 전 시장이 취임하던 시기에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던 이병진 부시장이 첫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 부시장은 “오 전 시장이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똑바로 안 하느냐며 고함을 질렀다”며 “기획관리실장 자리를 없애겠다며 큰 소리로 호통을 쳤고, 그로 인해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때 그 상황은 아직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사직서를 제대로 걷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여러 사안이 있었지만 공공기관장 사직서 외에는 정상적으로 잘 추진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작성·지시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오 전 시장 측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증언이다.

이 부시장은 박 전 보좌관과 신 전 보좌관이 사직서를 오 전 시장 취임 전까지 받아오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도 진술했다. 이 부시장은 “시장 권한이 아닌 산하기관 상임이사나 임직원은 사직서 제출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얘기했으나 묵살당했다”며 “정무라인이 지속적으로 압박한 탓에 2018년 6월 25일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사직서 제출을 공지 형태로 알렸다”고 밝혔다.

이 부시장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정무라인을 ‘점령군’에 빗대기도 했다. 이 부시장은 “박 전 보좌관은 선거 끝나고 이틀 뒤 시청 인사과 직원을 전원 교체하라고 할 정도로 시청 안팎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며 “정무라인의 결재가 없으면 시장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무라인 결재가 워낙 밀려 있다 보니 직원들이 제발 결재 좀 해달라고 애원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오 전 시장과 정무라인은 부산시 산하 25개 공공기관의 65개 임원이나 임원급 직위자를 전면 교체하기 위해 2018년 6월부터 59개 직위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징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중에서 부산시설공단, 벡스코, 부산테크노파크,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경제진흥원 등 6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9명에게 사직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직권남용 행위 등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보좌관과 신 전 보좌관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오 전 시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오 전 시장 측 변호인은 “일괄 사표 제출과 관련해 시장으로서 보고를 받거나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 보좌관들과 공모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며 “일부 임원은 오 전 시장 취임 전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 사표를 종용했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시청에서 근무했던 공무원 2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오 전 시장은 이 사건과 별도로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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