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심상치 않다” 박순애 사실상 경질, 인적 쇄신 신호탄 되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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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인사’ 선긋기 하지만
참모진 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이번 주 복지부 장관 인선 유력
윤 “국민과 소통 강화하라” 지시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첫 휴가에서 복귀한 8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진 사퇴 형식으로 거취 정리를 한 것이지만 정부의 첫 교육 정책을 놓고 빚어진 혼선으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경질성' 인사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박 부총리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 조치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일부 여권 인사들은 대대적인 국정 수습 차원에서 참모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대통령실 참모진을 대상으로 한 인적쇄신 보다는 민생행보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취재진에게 "취임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을 모시면서 부족함이 드러난 참모들에 대해 다시 한번 분발해서 일하라는 당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참모진에 대한 재신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됐다.

아직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데다, 한 번 기용한 인물은 쉽사리 바꾸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 인사 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윤 대통령은 5월 26일 낙마한 김인철 후보자 대신 박 부총리를 새 정부의 교육수장으로 지명한 뒤 두터운 신임을 보여왔다. 지난달 5일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윤 대통령이 사실상의 경질로 선회한 데는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가운데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만 5세 취학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외국어고 폐지 발표까지 혼선이 잇따르면서 학부모단체, 교원단체와 야당에서 연일 사퇴 요구가 분출하자 아무리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더라도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이미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써 박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 처음 낙마한 인사로 기록됐다.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김인철 교육부총리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4번째 물러난 인사가 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교육 장관 거취와 공석인 복지 장관 인선 문제를 빨리 매듭 짓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에 대한 인선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부총리 낙마에 이은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 등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추가 인적쇄신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휴가 중 지지율이 출범 후 최저치인 2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과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민심을 가장 민감하게 받들고 반응해야 할 곳"이라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여지를 뒀다. 다만 후임자 문제 등을 감안, 교체 폭은 상징적인 선에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여권 주변에서 들린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면 "중요한 정책과 개혁 과제의 출발은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국정 현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국민 뜻과 눈높이에 맞춘 국정운영 등 국정 쇄신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여느 때보다 추석이 빠르고 고물가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맞는 명절인 만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비상한 시기인 만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과감한 추석 민생 대책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국민을 더 세심하게 받들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추석이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부터 물가 관리를 철저히 하고 민생을 빈틈없이 챙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민 대출지원과 저금리 전환 보증확대 등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또 "불법 공매도 등 다중피해 불법행위를 엄단하라"고 지시하는 등 경제 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고통받는 민생 경제를 보듬는 일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주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정치 현안 보다는 경제난 극복에 앞장서고, 서민·자영업자와 취약 계층의 민생을 직접 챙기는 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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