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창녕군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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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경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 부장

강 산 바다 등은 거의 대부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유지다. 이들은 사유재산과 달리 소유권 인식이 분명치 않아 아껴 쓸 이유를 갖지 못하게 된다. 황금어장이 황폐화 되고, 청정 하천이 오염되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생태학자 하딘은 이를 ‘공유의 비극’으로 표현하며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경남 창녕군의 허술한 하천관리 행정에 대해 취재하면서 든 기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공유의 비극’이 초래되는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창녕군은 창녕읍 옥천저수지에서 옥천2교로 이어지는 계성천변에 특정 개인에게 10년가량 하천점용허가를 내주고도 사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이에 따른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특정 개인에게 장기간 하천점용허가를 내어 주다보니 불특정 다수에겐 그만큼 이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하천변에 설치된 이들 위반 구조물은 대부분 카페에 딸린 것으로, 특정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부속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결국 군청이 하천을 오염시킬 여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마을에 사는 민원인과 특정인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마을주민이 감사 요청 민원을 제기한 이후 창녕군이 보인 행태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했더라도 민원이 제기된 이후엔 현장을 신속히 살피며 엄격히 단속했어야 마땅하다. 마을 주민이 처음 민원을 제기한 건 지난해 9월.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행위자에게 원상 복구 공문을 발송하고 그해 말까지도 응하지 않았다면 고발조처나 행정대집행을 했어야 했다. 그런 다음 농어촌공사에 업무를 이관해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았다. 업무 이관은 지난해 말 해당 하천 소유권이 창녕군에서 농어촌공사로 넘어간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창녕군 관계자는 “위반 구조물들이 모두 철거된 사실을 확인한 뒤 이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정식 원두막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그대로 존치돼 있는 것으로 농어촌공사가 확인했다. 창녕군의 솜방망이 단속은 농어촌공사가 업무를 넘겨 받은 뒤 속속 드러나고 말았다. 이는 농어촌공사가 즉각 행위자에게 올 5월부터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원상복구 공문을 발송한 데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계성천은 창녕을 지나 부산·경남 최대 식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청정 지류이다. 따라서 오염 행위나 자연석 반출, 사적 이용 등과 같은 행위가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히 단속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공유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제시한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에게 맡기는 건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창녕군의 감사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때마침 새 군수가 취임했으니, 이참에 해당 부서에 대한 재감사는 물론 당시 감사팀에 대해서도 전면 감사를 실시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럴 때 행정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는 ‘공유의 비극’을 극복하는 첫 단추이기도 하다.

관료도 주민도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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