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고관절 재수술 ‘환자 맞춤형 임플란트’ 부산서도 OK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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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관절 노화·손상 따른 수술 증가
구조물 닳거나 파손되는 재수술도 늘어
최근 3D 프린팅 맞춤형 임플란트 각광
골반 골 재현 모형 제작 뒤 시뮬레이션
수술 정확도·안전성↑ 합병증 위험↓
환자 맞춤형 인공고관절 임플란트
부산부민병원 영남권 첫 재수술 성공

부민병원 손원용 원장이 환자 상태에 맞는 맞춤형 인공고관절을 제작해 인공고관절 재수술을 하고 있다. 부민병원 제공 부민병원 손원용 원장이 환자 상태에 맞는 맞춤형 인공고관절을 제작해 인공고관절 재수술을 하고 있다. 부민병원 제공

엉덩관절이라 불리는 고관절에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노화나 감염에 의한 퇴행성 고관절염이다. 스포츠 손상으로 인한 고관절 충돌증후군과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조직이 죽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도 흔한 고관절 질환이다. 괴사가 발생해 골두의 함몰이 심하거나, 관절염이 심해지거나, 노령에 대퇴경부 골절이 발생하면 인공고관절 수술을 받게 된다.

한 차례 인공고관절 수술을 받았던 환자가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최근 늘고 있는데, 주로 인공고관절을 오래 사용했거나 잘못 사용해서 구조물이 닳고 느슨해지거나 감염이 발생해 재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다. 일상생활에서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인한 충격으로 재수술을 받기도 한다.



■3D 프린팅과 시뮬레이션 활용

어느 경우든 재수술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처음 수술보다 몇 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인공고관절 재수술도 마찬가지다. 골 결손이 1차 수술때보다 심해 삽입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

골반쪽 소켓 모양의 비구 주위에 골 결손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CT 등의 검사를 해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실제 수술에 들어가면 골 결손이 예상보다 심해 인공고관절 재수술이 의외로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1차 수술이라도 골결손이 심한 경우는 수술이 실패할 위험이 커진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3D 기술이다. CT 검사로 얻은 3차원 영상을 바탕으로 3D 프린팅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먼저 3D 프린터로 환자의 실제 골반골을 그대로 재현한 모형을 만든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비구 임플란트 중에서 환자의 골 결손 정도와 상태에 가장 맞는 것을 선택한다. 환자 상태에 맞는 모형이 준비되면 예행연습 차원에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수술을 앞둔 환자의 고관절 모양을 미리 제작해 가장 적합한 임플란트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에 실제 수술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임플란트 모델을 사용하면 환자에게 잘 맞는 임플란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3D 시뮬레이션은 본 수술에 앞서 미리 가상수술을 해볼 수 있어 수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훨씬 높일 수 있게 된다.

부산부민병원 손원용 원장은 “3D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하지 정렬과 삽입 위치를 정확히 맞출 수 있으며 수술시간 단축과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인공관절 수명도 늘어난다”며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기 때문에 실제 수술시에 발생할 수 있는 골반 주변의 중요 혈관이나 신경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주문제작 시대 열리다

골반 부위는 아주 복잡한 입체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골결손이 심하면 수술 자체가 어려워진다. 결손이 극심하면 기성품으로 나와 있는 인공고관절 임플란트가 환자에게 맞지 않아 재수술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환자의 골결손 상태에 적합한 인공고관절을 환자 맞춤형으로 주문제작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골반골 주위의 악성 골종양이 있을 경우에도 수술이 힘들어진다. 악성 골종양이 퍼져 있으면 광범위하게 골절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종양의 위치나 모양이 모두 다르고 수술 후 발생하는 골결손의 형태도 매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에 나와 있는 기성품 인공 임플란트로는 재건이 어려워 주문제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문제작은 간단하다. 의료진과 환자가 3D 임플란트 주문제작 수술을 결정한 후에 고관절 주변을 CT 촬영하고 임플란트 제작회사에 전달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이후 3D 영상을 토대로 제작된 모형을 검토한 후 수정을 거치면 최종 디자인이 완성된다. 최종 디자인까지는 5일 이상 소요되며, 환자의 질병 상태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의료진의 임상경험과 임플란트 제작사의 공학적 설계를 조합해 최종 결과물을 생산한다.


■지역 최초 맞춤형 인공고관절 재수술 성공

현재 맞춤형 인공고관절 임플란트는 국내 기술로 제작이 가능하다. 악성 골종양 환자의 수술에도 주문제작 임플란트가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고관절 재치환술을 할 때 주문제작 임플란트를 시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3개 병원에서 시행된 바 있는데 최근 영남권에선 부산부민병원이 처음으로 주문제작한 인공고관절로 재수술에 성공했다.

50세 여성환자 A 씨의 재수술 사례로, 그는 2020년 3월에 대학병원에서 우측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았었는데 비구컵의 이완으로 재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개인사정으로 수술을 미뤄왔다. 하지만 통증이 악화돼 지난 4월 첫 수술을 했던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에는 고관절 비구 부위에 골결손이 너무 심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A 씨는 수소문 끝에 부산부민병원 손원용 원장을 찾아와 인공고관절 재수술을 부탁했다.

부민병원에서 손 원장이 검사한 3D CT 영상자료에서도 A 씨는 기존 고관절 인공관절 임플란트로는 재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돼 환자 맞춤형으로 주문제작을 진행하기로 했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고관절 인공관절을 주문제작한 것인데, 5시간의 수술 끝에 인공고관절 재치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손원용 원장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제작비용이 비싸 환자들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지만, 주문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이제 재수술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환자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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