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에 연이틀 포격… 핵 재앙 우려 고조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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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포격 주체 공방
“핵 안보 정치적 이용 자살 행위”
유엔 등 국제사회 비판 잇따라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한 군인이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에는 지난 5~6일 공격 주체가 불분명한 포격이 가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한 군인이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에는 지난 5~6일 공격 주체가 불분명한 포격이 가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연이틀 아찔한 포격이 가해지면서 방사능 유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격 주체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는 등 대형 참사와 직결된 ‘핵 안보’가 정치적으로 이용돼 대외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에는 지난 5일에 이어 6일에도 포격이 가해졌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은 전날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원전 작업자 1명이 다치고 방사능 감시 센서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공격한 원전 저장시설 부지에는 사용 후 핵연료를 담은 컨테이너 174개가 야외에 보관돼 있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포격을 러시아의 ‘핵 테러’로 규정한 반면,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방사능 유출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측 올렉산드르 스타루 자포리자주 주지사는 “방사능 수위가 평상시 범위 내로 측정됐다”면서도 여전히 긴박한 상황이라며 국제기구가 사고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격 전날인 지난 5일에도 자포리자 원전에는 공격 주체가 불분명한 포격이 발생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안팎에서는 특정 국가가 전쟁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핵 안보를 인질로 삼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전쟁 상황에 따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자포리자 원전 단지는 원자로 6기가 있으며,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초 러시아군에게 점령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8일 원전 공격 행위를 규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도쿄 소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회견에서 자포리자 원전 포격에 대해 “자살 행위”라고 경고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남부 일대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격전이 임박했다. 영국 국방부 국방정보국은 6일 트위터에서 “러시아군 병력이 우크라이나 반격에 대비하거나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남부에 집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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