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업체 없나요”… 서부경남 KTX, 조기 착공 멀어지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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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거제 남부내륙철도 9공구
까다로운 공법으로 참여사 미달
2곳 이상 참여해야 본입찰 가능
두 차례 입찰 “한화”에서만 신청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이을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조기 개통이 산 넘어 산이다. 통영에서 끊길 뻔한 노선을 연장하고 종착역 입지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까지 어렵게 봉합했는데, 정작 통영~거제 구간 공사 입찰이 참여사 미달로 두 차례 모두 유찰됐다. 해저터널로 바다를 관통하는 어려운 공법에다 까다로운 입찰 조건 탓이다.

이달 중 판가름 날 3차 입찰마저 무산되면 애초 목표한 2023년 착공, 2027년 개통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철도공단은 현재 남부내륙철도 제9공구 건설공사 3차 입찰을 진행 중이다. 9공구는 고성군 고성읍에서 통영시 도산·광도·용남면을 거쳐 거제시 둔덕면과 사등면 거제역사 직전까지 24.52km다. 이 중 ‘제8호 국가중요어업유산(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이 있는 견내량 바다 472m는 해저터널로 통과한다.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60개월, 공사예정금액은 5234억 3900만 원이다. 최초 4654억 3500만 원에서 580억 400만 원, 12.46% 증액된 규모다. 대형 건설사에 설계, 시공 등 공사 전체를 맡기는 ‘기술형 입찰’(일명 턴키)로 진행한다. 입찰 마감은 2023년 1월 20일, 개찰은 2월 17일이다. 단, 입찰에 참가하려면 ‘사업수행능력평가(PQ)’를 통과해야 한다. PQ는 유사실적, 기술능력, 경영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자격을 부여하는 절차다.

앞선 1, 2차 입찰이 이 PQ 과정에서 무산됐다. 기술형 입찰은 최소 2개 이상의 건설사나 컨소시엄이 PQ 신청서를 제출해야 본 입찰 일정이 진행된다. 5월 1차, 6월 2차 입찰은 한화건설 컨소시엄 1곳만 PQ 신청서를 내 자동 유찰됐다. 한화건설 컨소시엄은 한화건설을 대표사(지분 60%)로 두산건설(10%), 호반건설·경우그린텍·수성엔지니어링·대아건설·대창건설·정우엔지니어링(각각 5%)이 참여했다.

3차 입찰 PQ 신청서 제출 기한은 오는 16일이다. 사실상 이날 3차 입찰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관련 업계는 이번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저터널이 포함된 9공구는 가뜩이나 시공 난도가 높은 상황에 공기 단축을 위해 기술형 입찰을 도입하면서 문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9공구 규모 기술형 입찰에 참여할 능력이 있는 대형사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들 대부분은 현재 수도권 GTX-B 재정 구간 4개 공구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복선전철 3개 공구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 금액이 증액됐다곤 하지만 해저터널 등 예상되는 리스크를 감안할 때 충분하진 않다”면서 “게다가 기술 인력도 제한적이라 한 곳이 복수의 대형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개통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애초 철도공단은 올 연말 시공사를 선정하고 바로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차마저 불발되면 조기 착공은 어려워진다. 종착역이 포함된 10공구 발주도 덩달아 미뤄질 공산이 크다. 10공구는 총연장 1.28km에 1915억 원 규모다. 9공구와 마찬가지로 기술형 입찰이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보니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 극히 제한적이라 일단은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추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부내륙철도는 국토교통부의 ‘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에 따라 경부고속철도 김천 구간(경부선 김천역)에서 분기해 거제로 연결되는 여객 전용 단선철도다. 거제시 사등면 종착을 기준으로 총연장 177.89km다. 철도가 개통하면 서울과 거제 간 이동 시간은 종전 5시간에서 2시 40분 대로 단축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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