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저항·성격 규정 혼선… 깃발 드는 국힘 비대위 ‘산 넘어 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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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국위 열고 당헌 개정안 의결
5선 주호영 비대위원장 추대 방침
이, 가처분 신청 땐 ‘비대위 늪’
‘임시형’ ‘혁신형’ 성격 놓고 이견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출범한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데다 비대위 임기 등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 국민의힘 혼란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들이 이 대표를 만나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9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안 의결에 나선다. 의결 직후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공개하는 동시에 의원들의 추인을 받아 이후 열리는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임명 건을 의결해 비대위 출범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비대위원장에는 5선 주호영 의원을 추대할 방침이며 이르면 오는 12일부터 비대위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처럼 비대위 출범이 임박하면서 친이준석계로 분류돼 온 인사들이 당직에서 사퇴하는 등 국민의힘 체제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8일 서울 여의도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해서든 당의 혼란을 막아 보고자 노력했지만 부족했다. 송구한 마음”이라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이제는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함께할 동지들이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분열하는 것을 보는 것도 고통스럽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혼란이나 분열 상황을 빨리 수습해야 하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당내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기호 의원도 이날 당 대변인실을 통해 사무총장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대표가 지명한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외에 사실상 친이계 인사가 모두 지도부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일 전국위에서)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하는 즉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잠행을 끝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대위 전환과 당대표직 해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과 향후 대응책 등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내 친이(친이준석)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당 비대위 체제에 반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낼 것 같고, 저는 아직 결정 못 했다”면서도 “어떤 게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더 좋을지를 내일 중으로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별개로 김 최고위원 또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이 ‘비대위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문제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실세라고 하는 사람들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에 있다”며 “힘 있고 책임 있는 사람(윤핵관)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고 나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당은 더 큰 혼란이 오고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까지 우리는 뭘 하고 있었나 자괴감이 든다. 우리는 정치하는 사람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서도 “이 대표도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상당한 공로를 했던 사람인데”라며 “이 대표가 사표를 낸다든가 ‘나는 이렇게 억울하지만 당이 어렵고 혼란스러우니까 선당후사 자세로 사표를 내고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대위 성격과 전당대회 시점에 대한 당내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의힘에서는 9일 출범하는 비대위가 9~10월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임시형’인지, 내년 1월 이후 전당대회 개최를 전제로 당의 체질 개선 역할을 하는 ‘혁신형’인지를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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