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디자인 영감의 원천… 꿈의 무대 ‘파리패션위크’ 도전”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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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 패션 디자이너 윤석운 씨

월드클래스 10년 육성 프로젝트 선발
인문고 졸업, 1년 만에 뉴욕 FIT 진학
광안리 테트라포드 영감 받아 니트 제작

윤석운 디자이너. 윤석운 제공 윤석운 디자이너. 윤석운 제공

“부산은 저의 디자인 영감의 원천입니다. 앞으로 꿈의 무대, 파리패션위크에 저만의 디자인으로 서보고 싶습니다.”

부산 출신 패션 디자이너 윤석운(34) 씨는 이렇게 말했다. 윤 디자이너는 지난해 처음으로 부산시가 선보인 ‘월드클래스 10년 육성 프로젝트’에 선발된 청년 3명 중의 1명이다. 부산시는 이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윤 디자이너의 이력은 독특하다. 부산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의 한 대학의 패션 디자인학과에 진학한다. 하지만 갈증을 느끼고 1년 간의 유학 준비 끝에 뉴욕으로 떠난다.

“패션에는 늘 관심이 있었지만 집안에 미술이나 패션 쪽으로 전공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준비 없이 덜컥 패션 전공으로 대학에 가보니 좀 더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션 디자인으로 유명한 뉴욕 FIT로 진학했는데, FIT는 당장 패션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상업적인 인재를 키우는 학교더라고요. ”

이후 윤 디자이너는 FIT를 그만두고 종합 미술대학인 프랫(Pratt) 인스티튜트로 진학한다. “파인 아트(순수 미술)를 하는 친구가 많아서 패션을 공부하면서 같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래서 텍스타일(공예 미술)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학 시절 경험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 ‘갭’이나 홍콩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사이먼 리의 디자이너 브랜드 등에서 인턴을 거쳤다. 하지만 윤 디자이너는 늘 자신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꿈을 실현하는데 꼭 뉴욕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부산으로 돌아왔다.

“여러 도시를 다녀봤지만 좋다고 생각한 도시는 부산, 브루클린, 베를린 정도밖에 없더라고요.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부산 출신이라 그런지 부산이 제일 편하고 좋은 영감도 많이 받아서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부산에서 만든 제 컬렉션을 보고 패션업계 분들이 작품이 편안해 보인다는 평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19년 ‘2020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 무대로 공식 데뷔했다. 브랜드를 런칭한 지 5년 이하인 신진 디자이너 대상의 무대다. 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브랜드 ‘석운 윤(SEOKWOON YOON)’으로 서울패션위크 2시즌 만에 20개 참가 브랜드 중 덜컥 1위를 수상했다. 최고 신진디자이너상을 받은 거다. 그는 또 서울패션위크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중 글로벌 역량이 있는 10팀을 뽑아 지원하는 ‘텐소울(10SOUL)’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새로운 종에 대한 접근’ 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석운 윤’ 컬렉션 중 한 작품. 테트라포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윤석운 제공 ‘새로운 종에 대한 접근’ 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석운 윤’ 컬렉션 중 한 작품. 테트라포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윤석운 제공

윤 디자이너는 부산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다수 내놨다. 2020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새로운 종에 대한 접근’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컬렉션도 그렇다. 광안대교를 지나다 본 테트라포드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창 갇혀있을 때 테트라포드를 보고 방호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테트라포드 패턴의 꽃 모양을 만들어서 니트로 제작했습니다.”

올 1월에는 부산 월드클래스로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컬렉션을 만들어 런던패션위크에도 진출했다.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만난 현대미술 작가 피정원 작가와 함께 부산시립미술관이나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컬래버 전시를 하는 꿈도 꾸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큰 쇼가 파리패션위크입니다. 차근차근 제 작품을 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존경하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파리패션위크에 나란히 설 날이 오지 않을까요. 부산에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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