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 이정재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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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절친’으로 소문난 이정재와 정우성이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헌트’에서다.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호흡했던 두 사람은 이젠 완숙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정재는 이 작품의 연출과 각색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그의 첫 감독 입봉작인데, 개봉 전 시사회에서 공개된 이후 호평을 받고 있다. 새 영화로 관객 만날 준비에 한창인 이정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일 개봉한 영화 ‘헌트’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10일 개봉한 영화 ‘헌트’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어휴, 두 번은 못 하겠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정재는 영화 ‘헌트’와 함께한 지난 5년 반을 이렇게 돌아봤다. 시나리오를 쓰는 데만 4년이 걸렸고, 촬영과 편집에 1년 반을 투자했다. 어디 이뿐일까. 이정재는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선보인 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노트북을 펴고 시나리오 수정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 시사회를 마친 뒤 사운드, 색감, 컴퓨터 그래픽 등을 좀 더 작업했다”며 “이제 진짜, 완전히 끝”이라고 웃었다.

이정재가 각본, 연출, 연기를 맡고 정우성이 공동 주연으로 나선 영화 ‘헌트’ 스틸 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정재가 각본, 연출, 연기를 맡고 정우성이 공동 주연으로 나선 영화 ‘헌트’ 스틸 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 작품은 1980년대 안기부에 숨어든 북한 간첩을 찾으려는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이 공개된 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최근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 비(非)영어권 작품 최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정재가 감독 변신까지 성공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정재는 ‘헌트’를 7년 전에 처음 만났다. 처음 원작 ‘남산’을 본 그는 제작할 마음으로 영화화 판권을 샀다. 이후 각본을 맡을 작가와 연출할 감독을 열심히 찾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정재는 직접 노트북을 펴고 4년 동안 작품을 각색했다. 원톱 주연이었던 원작을 투톱으로 바꾸고,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북한 장교 이웅평 월남 사건·아웅산 테러 사건 등 한국 근현대사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을 영화에 녹였다. 그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녹인 걸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고 했다. “굳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영화에 넣어야 하나 고민했어요. 자칫 잘못했을 때 연기자 경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공포감까지 느꼈죠. 그래서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구성하는 것보단 두 인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어요.”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요원 박평호로 변신한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요원 박평호로 변신한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와 정우성은 영화 ‘헌트’에서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으로 변신해 관객을 찾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와 정우성은 영화 ‘헌트’에서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으로 변신해 관객을 찾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는 각본과 연출뿐 아니라 주인공 ‘박평호’로도 나선다. 박평호는 정우성이 맡은 김정도와 대립하는 인물이다.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 이후 10년 안에 한 작품 정도 같이 할 줄 알았는데 못했다”며 “역시 작품을 같이 한다는 건 운명 같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처음부터 정우성 씨와 같이할 생각으로 각색을 시작했다”며 “그런데 막상 3~4번 정도 출연을 제안하니 매번 거절하더라”고 돌아봤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우성 씨와 저의 별명인 ‘청담부부’ 이미지에 반전을 주고 싶었다”며 “초반부터 날을 세우고 강하게 대립하면 관객분들이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정재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으로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에미상 비영어권 작품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으로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에미상 비영어권 작품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이정재는 10일 개봉한 영화 ‘헌트’로 영화 감독에 데뷔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이정재는 10일 개봉한 영화 ‘헌트’로 영화 감독에 데뷔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는 다음 달 12일로 다가온 에미상 시상식에 앞서 ‘오징어 게임’ 캠페인에 뛰어든다. 그는 “저는 영화 ‘관상’으로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며 “그런데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뒤에 이런 일이 벌어졌고 연출한 영화가 칸에도 갔다”고 했다. 이정재는 “주변에서 축하 문자를 보내주면 ‘이제 당신 차례’라는 답장을 한다”며 “난 여전히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켜온 두가지 연기 철칙을 덧붙인다.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 것이에요. 그 사람과 일하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들면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전 제 두 가지 철칙을 잘 지켜 계속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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