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헌트’ 캐스팅을 세 번이나 거절한 이유는요…” 주연 정우성 인터뷰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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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절친’으로 소문난 이정재와 정우성이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10일 개봉한 영화 ‘헌트’에서다.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호흡했던 두 사람은 이젠 완숙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새 영화로 관객 만날 준비에 한창인 정우성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배우 정우성이 영화 ‘헌트’로 이정재와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재회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우성이 영화 ‘헌트’로 이정재와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재회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우성은 이정재 감독에게 영화 ‘헌트’ 출연 제안을 받고 ‘삼고초려’(三顧草廬)했다. 감독인 이정재와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지만, 그럴수록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우성은 “배우가 연출에 도전하는 것만으로 날카로운 평가를 받을 것 같았다”며 “우리가 같이 출연하면 그 부분이 더 가중될 것 같아 조심스러웠지만 (감독의) 확고한 의지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배우 정우성이 군인 출신 안기부 요원 김정도를 연기한 영화 ‘헌트’ 스틸 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우성이 군인 출신 안기부 요원 김정도를 연기한 영화 ‘헌트’ 스틸 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우성이 빚은 김정도는 강직하고 신념이 확고한 인물이다. 안기부 내에 잠입한 스파이를 추적하며 이정재가 연기한 박평호와 신경전을 벌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우성이 빚은 김정도는 강직하고 신념이 확고한 인물이다. 안기부 내에 잠입한 스파이를 추적하며 이정재가 연기한 박평호와 신경전을 벌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우성은 이 작품에서 군인 출신 안기부 요원 ‘김정도’를 연기했다. 그가 빚은 정도는 강직하고 신념이 확고한 인물이다. 안기부 내에 잠입한 스파이를 추적해가면서 박평호와 신경전을 벌인다. 정우성은 “군인의 본분이 무엇인지, 군권으로 시민에게 행해지는 폭력이 정당한 것인지 생각하는 인물”이라며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억울한 마음에 공감하고 그 무게를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김정도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외적인 모습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자신의 딜레마를 들키지 않으려고 빈틈없이 행동하는 캐릭터를 더 잘 전달하고 싶어서다. 정우성은 1980년대 인물들의 사진을 참고해 6대 4 가르마를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바버샵에 가서 헤어 스타일을 매만졌다”며 “어느 노부부가 만든 포마드(헤어스타일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구해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헤어 제품과는 다르더라고요. 좀 더 기름지고 걸쭉한 느낌이에요. 50년 넘게 포마드를 만들어온 노부부의 옛 감성이 묻어 있어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죠.(웃음)”

배우 정우성은 이정재와 영화 ‘헌트’에서 액션신을 선보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우성은 이정재와 영화 ‘헌트’에서 액션신을 선보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스크린 속 정우성과 이정재의 강렬한 액션신은 영화의 백미다. 두 사람은 총기 액션부터 맨몸 액션까지 공을 들여 만들었다. 정우성은 “너무 힘들었다”며 “체력이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른 걸 느낀다”고 웃었다. 그는 “액션신을 찍다가 둘 다 체력이 떨어지니 ‘아구구구’ ‘아이구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메이킹 필름을 공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우성은 “이정재 감독의 지친 뒷모습을 볼 때 동료로서 측은하기도 했다”며 “감독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외로움과 고독에 지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다 해내는 걸 보면서 친구로서 뿌듯하고 짠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정우성은 연기는 물론 영화 연출과 제작에도 관심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우성은 연기는 물론 영화 연출과 제작에도 관심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우성은 영화를 인생의 ‘행운’이라고 했다. 그가 연출한 영화 ‘보호자’(가제)도 극장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우성은 영화를 인생의 ‘행운’이라고 했다. 그가 연출한 영화 ‘보호자’(가제)도 극장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사실 정우성은 영화 ‘보호자’(가제)로 이정재보다 연출에 먼저 도전했다. 이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한국 영화의 개봉이 밀리면서 공개일을 점치고 있다. 정우성은 “이정재 씨와 저는 영화에 대해 굉장히 진지하다”며 “서로의 성향은 다르지만, 영화라는 매개체가 있어 상대를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함께 모험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번 ‘헌트’ 협업도 그렇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제 인생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배우로서 겁 없이 도전했고 길을 찾으려고 했죠. 영화는 제게 ‘행운’이에요. 막연한 청춘이었는데 행운이 와서 영화배우가 됐고, 덕분에 여전히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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