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고 무너지고 멈추고… ‘물폭탄’이 삼켜 버린 수도권(종합)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중부지방 기록적 폭우 ‘비상’

반지하 거주 발달장애 가족 3명 등

집중호우로 8명 사망 7명 실종

서울만 이재민 840명 발생 대피

선로 침수·옹벽 붕괴·도로 통제도

11일까지 중부 12일엔 남부 큰 비


기록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을 휩쓸면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고 주요 도로가 통제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을 휩쓸면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고 주요 도로가 통제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8일부터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덮치면서 지금까지 모두 8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는 등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침수로 사망하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날 낮 기준 사망 8명(서울 5명·경기 3명), 실종 7명(서울 4명·경기 2명·강원 1명), 부상 9명(경기) 등으로 집계됐다.

8일 오후 9시 7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3명이 갇혀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0대 여성 A 씨와 여동생 B 씨, A 씨의 딸(13)로, 이들은 숨진 채 차례로 발견됐다.


B 씨는 이날 빗물이 들이닥치자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소방과 배수작업에 나섰지만 배수작업 이후 이들 가족을 발견했을 때는 이들이 모두 숨진 상태였다. 인근 주민 등에 따르면 A 씨에게는 발달장애가 있었고 반지하엔 자매의 모친까지 모두 4명이 거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모친은 사고 당시 병원 진료로 집을 비워 참변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오후 사고 현장을 찾았다.


9일 물에 잠긴 서울 잠수교 위로 냉장고가 떠내려가고 있다(위쪽 사진). 폭우로 침수돼 가족 3명이 한꺼번에 숨진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 사고 현장이 이날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9일 물에 잠긴 서울 잠수교 위로 냉장고가 떠내려가고 있다(위쪽 사진). 폭우로 침수돼 가족 3명이 한꺼번에 숨진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 사고 현장이 이날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에서는 8일 쏟아진 비로 쓰러진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구청 직원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감전으로 추정된다. 동작구에서는 같은 날 오후 주택 침수로도 1명이 숨졌다.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이날 버스 정류장 붕괴 잔여물 밑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도로 사면 토사 매몰로 다른 1명이 사망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는 9일 오전 산사태 토사 매몰로 1명이 숨졌다.

실종자도 다수 나왔다. 서초구 지하상가 통로, 맨홀 하수구 등 서울에서 실종자가 4명 보고됐으며,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강원도 횡성군에서는 1명이 산사태로 매몰됐다.

이재민은 서울에서만 840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귀가자 140명을 제외한 700명이 대피 시설에 머물고 있다. 대피 시설은 경로당, 주민센터, 학교, 체육관 등 임시주거시설과 민간숙박시설에 마련됐다.

선로 침수 등 수도권 공공시설도 피해가 컸다. 서울 7건, 인천 1건 등 모두 8건의 선로 침수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8일 밤부터 부분 통제 중이다.

이밖에 옹벽 붕괴 1건, 제방 유실 2건, 사면 유실 5건 등이 발생했다. 도로 80곳, 지하차도 3곳, 둔치주차장 26곳, 하천변 45곳 등도 통제됐다.

기상청은 9일 브리핑에서 수도권 집중호우가 1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11일은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12일에는 남부 지방에 시간당 강수량 50~100mm에 달하는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어느 지역이든 비구름대가 강해지면 시간당 10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적 강수량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기상청)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452.0mm를 기록하는 등 서울에만 400mm 넘는 폭우가 내렸다. 경기 여주(산북) 419.5mm, 양평(옥천) 408mm, 광주 402.5mm 등 일부 지역에도 400mm를 웃도는 곳이 속출했다.

정부도 피해 상황 점검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1시를 기해 중대본을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고 풍수해 위기 경보는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중대본 3단계는 호우경보가 4개 시·도 이상에서 발표되고 해당 시·도에 3일 이상 호우가 전망될 때 전국적으로 대규모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발생한 경우에 적용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