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고래마을·암각화… 울산에서 고래 만나기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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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박물관·문화마을 등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여행
‘바다뷰 맛집’ 장생포문화창고에서 잠깐 쉬어 가기
반구대 암각화까지 들른다면 알찬 고래 여행 완성

‘고래 도시’ 울산의 장생포에서는 다양하게 고래를 체험할 수 있다. 고래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한국계 귀신고래 실물 모형. ‘고래 도시’ 울산의 장생포에서는 다양하게 고래를 체험할 수 있다. 고래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한국계 귀신고래 실물 모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에 고래도 덩달아 인기다.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고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존재. “우리가 17층에서 일을 하고 지하 1층에서 점심을 먹을 때, 고래는 울산 앞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일본 서해안에서 잠을 잡니다. 고래한테는 울산 앞바다가 주방, 일본 서해안이 침실인 셈이죠.” 우영우가 말했던 ‘고래의 주방’ 울산에서 다양한 고래를 만났다.


■척척 ‘고래 박사’가 되고 싶다면

살아 있는 고래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보려면 행운이 필요하고, 수족관 감옥에 갇힌 고래는 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상상의 바다에서 고래를 헤엄치게 하면 어떨까. 울산 장생포에 가면 고래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상상할 수 있다.

장생포는 1960~1970년대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다. 1986년 상업 포경이 금지되면서 쇠퇴했다가 2008년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돼 다시 활기를 찾았다. 고래문화특구에는 장생포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울산함, 웰리키즈랜드, 고래바다여행선, 모노레일, 고래문화마을, 장생포옛마을 등이 있다.

장생포고래박물관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딱 맞는 곳이다. 이곳에서 여행 계획에 있던 ‘암각화’를 먼저 만났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있는 혹등고래, 복부 주름을 묘사한 귀신고래, 새끼를 업고 있는 고래 등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그림을 자세히 보여준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는 천장에 눈길이 간다. 13.5m 크기의 한국계 귀신고래 실물 모형이 매달려 있어서다. 그 아래에는 12.4m 브라이드고래의 실제 골격이 있다. 혹등고래, 범고래, 큰돌고래, 참돌고래의 골격도 전시돼 있다.


울산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장생포고래박물관 3층의 전망대. 울산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장생포고래박물관 3층의 전망대.

3층 전망대에서는 울산 앞바다를 한눈에 품을 수 있다. 울산 앞바다는 한국계 귀신고래가 자주 발견됐던 곳으로 1962년 ‘울산 귀신고래 회유 해면’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 제126호가 됐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1970년대 중반 이후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들의 즐거운 함성이 들려오는 곳은 미끄럼틀이다. 3층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2층으로 신나게 내려갈 수 있다. 2층은 어린이 체험실이다. 아이들이 색칠한 고래가 화면에 둥둥 떠다니는 ‘고래의 꿈’ 코너도 인기 있다. 박물관 출구에 놓인 페트병 수거함 문구가 눈길을 끈다. ‘여러분이 모은 PET, 두 번째 쓰임이 되어 고래를 살립니다.’

고래박물관 옆 건물에서 출발하는 모노레일은 고래문화특구를 한 바퀴 천천히 도는 것이다. 고래마을에 내려서 구경한 후 다시 타고 돌아와도 된다.


■그때 그 시절과 ‘뷰’ 좋은 북카페

장생포 옛마을은 포경 전성기 장생포 어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곳이다. 문방구, 다방, 책방, 사진관, 교복점, 장생포국민학교, 고래 해체장, 국수 공장 등이 있다. 두꺼비 문방구, 불란서 양과점, 허바허바 사장, 챔피온 체육사…. 간판만 봐도 재미있다. 까만색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 모습에 “아, 귀여워”하며 관광객들 모두 함박웃음이다.

이 마을에서 울산 귀신고래와 관련한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만났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실제 주인공인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를 알게 된 것. 그는 미국 탐험가이자 고고학자로, 1912년 울산을 방문해 1년간 한국계 귀신고래를 연구했다. 울산에서 본 귀신고래가 한국계 귀신고래라는 것을 처음 밝혔다고 한다. ‘포수의 집’에서 포수는 고래 잡는 포를 쏘는 포수다. 고래를 잡았던 포가 전시돼 있다. 포경선에서 가장 대접을 받는 사람은 선장이 아닌 포수였다고 한다.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말뚝박기’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조형물도 정겹다.


과거 포경 전성기 시절 마을 모습을 재현한 장생포옛마을. 과거 포경 전성기 시절 마을 모습을 재현한 장생포옛마을.

장생포에서 반구대 암각화는 40km쯤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50분 가까이 달려야 하니 잠깐 쉬어 갈 겸 ‘장생포문화창고’를 찾았다. 장생포문화창고는 낡은 수산물 냉동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푸드코트와 갤러리, 미디어아트 전시관, 공유작업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3층 미디어아트 전시관에서는 10월 31일까지 ‘반 고흐 마스터피스’전이 열리고 있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무료로 반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접하는 기회라 충분히 즐겁다. 전시관 가운데 놓인 의자에 가만히 앉아 흐르는 영상을 바라봤다. 화가의 뜨거운 영혼을 눈에 담는 ‘색다른 쉼’의 시간이다.


기막힌 뷰를 가진 장생포문화창고의 북카페 ‘지관서가’. 기막힌 뷰를 가진 장생포문화창고의 북카페 ‘지관서가’.

문화창고의 백미는 6층 북카페 ‘지관서가’이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공장 풍경은 그야말로 기막힌 ‘뷰’. 뜻하지 않게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했다. 푸른 바다 물길 따라 커다란 고래가 떠다니는 듯한 상상이 절로 든다. 북카페에 마련된 책들은 큐레이션을 거친 것이라 한 권 한 권 눈길이 간다. 책장을 넘기고 싶은 책들이 가득하다. 산업도시 울산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기에 ‘일’을 테마로 큐레이션했다. 이곳의 일몰 풍경은 더 예쁘다고 한다. 다음번엔 책 한 권 집어 들고 해가 질 때까지 있어 볼 참이다.


■바위에 새겨진 고래, 가슴에 새기기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길에 ‘암각화박물관’이 있다. 국내 유일 암각화 전문박물관으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각석을 중심으로 한국 암각화를 소개하고 있다. 암각화뿐만 아니라 선사시대 유물과 관련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암각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몄다.


암각화박물관 내부. 암각화박물관 내부.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암각화로 향하는 길은 원시림 울창한 숲길이다. 시간을 거슬러 아주 오래된 과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반대편 저 멀리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바위 표면에 햇빛이 비치지 않으면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10월 중순부터 2월까지는 종일, 나머지 시기에는 오후 3시 전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암각화를 보기에 좋은 시기는 4월부터 9월 중순 사이, 맑은 날 오후 4시경이라고 한다. 날씨는 맑았고 오후 4시를 넘긴 시각이었지만 거리가 생각보다 더 멀다. 설치된 망원경으로 보니 좀 더 자세히 보인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너비 8m 높이 4m 규모의 중심 바위와 10여 곳의 주변 바위 면에 새겨진 300여 점의 그림이다. 고래·거북이와 같은 바다 동물과 사슴·멧돼지 같은 육지 동물 등 20여 종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고래이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작살과 그물을 이용해 고래를 잡는 모습도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약 7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부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시대 고래의 흔적까지 눈에 담으니, 고래가 뛰어노는 마음속 바다가 더 넓어진다.


▷여행 팁: 장생포고래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관람 요금은 어른 2000원, 청소년(14~19세) 1500원, 어린이(36개월~13세) 1000원. 어린이 관람객이라면 입구에서 ‘장생포고래박물관 톺아보기’ 리플렛을 받아 스탬프 투어를 해 보자. 모노레일은 오전 10시~오후 6시 운영한다. 어른·청소년은 1만 1000원, 어린이(13세 이하)는 7000원이다. 고래문화마을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요금은 어른·청소년·어린이 모두 2000원이다. 1인 7200원인 ‘울산남구해피관광카드’를 구입하면 장생포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울산함, 장생포옛마을, 태화강동굴피아를 다 볼 수 있다. 장생포문화창고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9시 문을 닫는다. 매주 월요일 휴관. 암각화박물관은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하며 월요일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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