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묻힐 뻔한 불법도박 운영자 검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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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3350억 사이트 운영
인적사항 특정 못 해 수사중지
검사가 기록 검토 시정조치 요구
계좌 추적 등 통해 피의자 체포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 단계서 묻힐 뻔한 해외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가 검사의 시정조치요구로 검거돼 구속 기소됐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정혁준)는 수천억 원 규모의 해외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박공간개설)로 A(38)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필리핀에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하고 회원들로부터 도박자금 3350억 원을 입금받아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경찰은 해외 불법도박사이트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운영자 등의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못해 ‘성명불상’을 이유로 지난해 2월 수사중지 결정을 했다.

담당 검사는 경찰이 수사중지 결정을 한 기록을 면밀히 검토했고, 계좌 거래내역이나 IP 접속기록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는 경찰에 피의자를 특정하라는 내용으로 시정조치요구를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경우 시정조치요구를 할 수 있다.

그 결과 경찰은 계좌 거래내역과 IP 접속기록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했고, 이들이 해외 체류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한 뒤 입국 시 통보요청도 실시했다.

1년 4개월 뒤 국내에 입국한 A 씨는 체포됐고, 검찰은 A 씨의 혐의를 규명해 A 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정조치요구, 보완수사요구 등을 적극 활용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묻히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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