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정노동자 71% “주 1회 이상 고객 욕설·폭행 경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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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부산지하철노조 회견
공무원 무릎 꿇린 후 발로 차고
마스크 착용 권유 역무원 폭행
고객 대면 노동자 피해 비일비재
부산시 실질적 대책 수립 촉구

10일 오전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지하철노조가 부산시청 앞에서 '감정노동자 갑질 및 폭언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10일 오전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지하철노조가 부산시청 앞에서 '감정노동자 갑질 및 폭언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부산 노동단체가 고객의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의 보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오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와 부산지하철노조는 부산시청 앞에서 ‘감정노동자 갑질 및 폭언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감정노동자 대부분이 고객의 폭언과 갑질, 폭행과 같은 권리침해에 노출돼있으며 현 법·제도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감정노동이란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사업장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을 고객에게 보여주도록 요구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부산에서 감정노동자, 일터 괴롭힘 피해자 등에 대한 보호조치 이행률은 턱없이 미흡하다”며 “갈수록 늘어나는 감정노동자의 갑질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부산에서 노동자 열 명 중 세 명은 감정노동자에 해당하고, 감정노동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고객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부산시가 발표한 ‘감정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에 따른 현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감정노동 종사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52만 5000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32%를 차지했다. 감정노동자의 구체적인 직종으로는 △매장 판매·상품 대여직 △음식 서비스직 △보건·사회복지 관련직 △돌봄·보건 및 개인생활 서비스직 등이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부산 지역 감정노동자 2008명 중 71.1%는 노동 업무 수행 중 주 1회 이상 욕설과 폭언, 폭행 등의 권리침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업장에 고객의 갑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나 제도가 있다는 답변은 전체의 57.7%에 불과했다.

특히 도시철도와 주민센터 등 노동자가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공공기관에서 고객의 폭언과 폭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한 역무원 2명이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올 6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진역에서도 한 승객이 청소노동자를 폭행했다.

부산지하철노조에 따르면 도시철도 역사에서 승객이 직원을 대상으로 폭행하거나 폭언을 한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25건, 2019년 31건, 2020년 26건, 2021년 39건이었고, 올해는 5월까지 이미 24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부산 동래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도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폭행과 폭언 피해를 입었다. 당시 공무원은 민원 업무를 위해 상급자와 의논하는 과정에서 민원인을 언급했고, 이를 목격한 민원인이 자신의 개인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며 공무원을 무릎 꿇리고 발로 치는 등 폭행했다.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리화수 본부장은 “많은 공공기관이 민원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담당자가 어떤 고통을 치르든 민원을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공공기관의 노동자가 감정과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법과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부산시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재남 본부장은 “부산시는 공공기관 감정노동자 갑질·폭언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노동조합과 공공기관 현장에서부터 시작해, 부산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감정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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