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 3사,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사회적 책무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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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맹점 이용 수천억 챙겨
정부도 제도 개선 적극 나서야


고물가에다 가계 통신비 부담까지 겹치자 소비자단체들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에다 가계 통신비 부담까지 겹치자 소비자단체들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통신 3사가 복지 대상자의 통신비 감면 서비스가 지닌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낙전수입’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2015년부터 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층 등을 대상으로 이동통신비 감면 서비스를 제도화한 것은 통신 취약계층의 보편적 복지를 위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동통신을 이용하면 자동으로 감면받는 게 아니라 복지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구조적 맹점이 있다. 그렇게 지난 7년간 요금 감면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통신 3사가 챙겨 간 금액이 무려 2751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아무리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지만, 해도 너무한 기만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 등 복지 대상자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때 최대 2만 6000원의 기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통화료도 50%(월 최대 3만 35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행정복지센터나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하거나 전화·인터넷으로 직접 신청하지 않는 이상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2019년 기준으로 볼 때, 통신비 감면 대상자 약 800만 명 가운데 실제 할인 혜택을 받은 사람은 500만 명에 불과했다. 취약계층 300만 명은 장애나 고령 등 여타의 사유로 감면 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가 공개한 ‘이동통신 감면 서비스’의 실태는 이 제도가 얼마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 잘 보여 준다.

통신 3사는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통신사에 가입할 때 요금 감면에 관한 내용을 안내하는 문자 발송이나 홈페이지 공지에 소극적이다. 감면 신청이 없으면 기업의 낙전수입이 커지는데 굳이 알려주지 않고 모른 척하는 행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애초에 할인을 빌미로 취약계층의 과도한 개통을 유도해 놓고 이후에는 사실상 고가요금제를 강요하고 있으니 부도덕하다고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 공헌’이니 ‘취약 계층과의 동행’ ‘고객 최우선 경영’ 같은 기치는 허무맹랑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한국의 통신 3사가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대기업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통신 복지정책을 책임지는 정부가 이 문제를 민간에만 맡겨 놓아선 안 된다고 본다. 통신비 감면 대상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신청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요금 감면 대상자의 가입 때 이를 통신사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복지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배려를 주어도 모자랄 판에 서비스의 허점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고 악용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건 크게 잘못된 일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약자와의 동행’과 ‘사회적 책임’ 같은 공익적 가치를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적극적이고 진심 어린 실천으로 보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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