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녹조라테'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골든타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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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수 지역 주민 설득·합의 관건
영남권 식수 안전 확보 절호의 기회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부경대 연구팀 등이 지난 4일 경남 김해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 ‘2022년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조사’ 기자회견 후 녹조 범벅인 강물을 컵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부경대 연구팀 등이 지난 4일 경남 김해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 ‘2022년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조사’ 기자회견 후 녹조 범벅인 강물을 컵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폭염으로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녹차라테’로 불릴 정도로 거품까지 끼고 걸쭉한 녹조가 농수로를 타고 퍼지면서 논밭에는 역겨운 비린내마저 날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녹조 용수로 키운 쌀에서 인간의 간과 생식 능력에 치명적 해를 주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마이크로시스틴이 포함된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써야 할지조차 고민인 상황에서 “낙동강 물을 식수로 마셔도 될까”라는 영남권 주민들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부산·경남 주민을 위한 취수원 다변화가 한결 시급해진 이유다.

낙동강 수계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산재한 만큼, 낙동강 하류 일대에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취수원 다변화가 너무나 절실하다. 지금처럼 녹조나 혹은 화학물질 오염 사태로 낙동강 본류 수질에 문제가 발생해도 대체 취수원에서 안정적으로 식수를 공급 받을 수 있는 대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침 환경부는 지난해 6월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을 수립하고 합천군 합천창녕보 아래쪽 황강 복류수(45만t)와 창녕 강변여과수(45만t)를 대체 취수원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부산과 창원·김해 등 경남 동부지역은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 사고 이후 무려 30년 만에 안전한 대체 식수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가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환경부는 지난 6월에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 체계 구축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키는 등 행정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관건은 주민 설득 여부다. 하지만, 대체 취수원 개발 지역으로 지목된 창녕과 합천은 물론이고 경남도까지 나서서 환경부에 ‘취수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상태이다. 경남도의회는 ‘주민 동의 없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 반대 대정부 건의안’을 의결했다. 환경부는 무엇보다 다양한 주민 접촉을 통해 취수원 지역의 최우선 물 이용, 취수원 운영 참여 보장, 상생기금 조성, 상생발전사업 지원 등 인센티브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지역 사회와의 합의가 취수원 다변화 성공의 선결 조건이다.

국민 누구나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이번 취수원 다변화 정책은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국민이 안전한 식수가 없어서 불안에 떠는 것은 국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수원 다변화가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농업용수로도 꺼림칙한 낙동강 원수에 대한 의존 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울경 주민의 30년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취수원 다변화 정책 실현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사업이 지역 통합과 상생이란 메가시티 정신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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