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더 꼬이나… ‘사드 3불’ 놓고 이견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진 “합의 아니다” 중국에 표명
북핵 실험 때 양국 갈등 심화 우려
‘칩4’ 참여 두고도 미묘한 신경전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중국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사드 3불(사드를 추가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은 합의나 약속이 아니다”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10일 말했다. 전날(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5시간에 걸쳐 외교장관회담을 했는데,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를 확인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회담 내용을 소개하는 별도 자료를 내어 사드 문제에 대해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측의 사드 문제에 대한 3불 요구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 정부 역시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하며 물러서지 않은 셈이다. 사드 이슈가 향후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사드를 둘러싼 갈등 요소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실험은 북핵·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인 사드의 필요성을 부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사드 정상화와 추가 배치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참여론 등이 국내는 물론 워싱턴에서 자연스레 거론될 수 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하면서 한·중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중국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 강화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더욱 악화하며 양국 관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박 장관이 이날 간담회에서 “양측은 사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는데,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비친다.

박 장관은 왕 위원을 만나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칩4 또는 팹4)에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0일 기자들을 만나 “박 장관이 한국은 어느 특정국을 배제할 의도가 전혀 없고 한·중 간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통상구조를 감안할 때 오히려 한국이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왕 위원에게)설명했다”고 전했다. 왕 위원이 회담에서 칩4 관련 대화를 먼저 제기하자, 박 장관이 한국의 참여가 중국에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칩4 참여 문제를 두고도 미묘하게 양국 입장이 갈렸다는 얘기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대중국 수출 전면 재개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종식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박 장관이 "중국 측은 보이지 않는 빗장을 풀고 문화 콘텐츠 교류의 문을 크게 열어 주기 바란다"라고 하자 중국 측은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응수했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