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통영VR존… 운영비 2억에 매출 고작 5000만 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50억 원 투입한 가상현실 체험공간
코로나 직격탄에 부실한 콘텐츠 ‘발목’
만족도 비해 너무 높은 이용료도 문제
공사 “운영 안하는 게 더 현실적” 토로

통영시가 국비 등 50억 원을 들여 만든 통영VR존이 이용자가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부산일보DB 통영시가 국비 등 50억 원을 들여 만든 통영VR존이 이용자가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부산일보DB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돼 시원한 바닷바람과 바다내음을 맡으며 ‘동양의 나폴리’ 통영의 풍광을 감상하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400년 전 조선 시대 삼도수군통제영 현장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낀다?’

경남 통영시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미래형 체험 관광시설로 야심 차게 선보인 ‘통영VR존’이 개장 2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설 사업비로 국비 등 50억 원을 썼고, 매년 인건비 등으로 2억 원 상당을 지출하고 있지만 연간 수익은 고작 5000만 원 안팎이다. 공사 내부에서도 운영 중단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에 따르면 통영VR존은 최신 4D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통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체험하는 시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삼도수군 통제영 실감 콘텐츠 체험존 조성 사업’ 지원을 토대로 국비 25억 원에 도비 7억 5000만 원, 시비 17억 5000만 원을 투입해 완성했다.

총 3층 규모로 옛 통영시향토역사관을 리모델링해 1층은 통영 관광 체험, 2층은 역사문화체험, 3층은 옥상 휴게공간으로 꾸몄다. 갈매기가 돼 통영의 주요 관광지를 하늘에서 구경하는 ‘소매물도 갈매기’, 통제영 역사를 알아보는 ‘통영 시간여행’ 등 11가지 콘텐츠로 2020년 5월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당시 공사는 “역사적인 사건을 VR 체험을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면서 첨단 산업을 선도하고 발전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옛 통영시향토역사관을 리모델링한 통영VR존. 부산일보DB 옛 통영시향토역사관을 리모델링한 통영VR존. 부산일보DB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실은 참담하다. 개장 첫해 누적 이용객은 3575명, 지난해 4630명에 그쳤다. 수익은 4100만 원과 5000만 원. 반면 지출은 직원 4명의 인건비 등을 포함해 각각 1억 4100만 원, 1억 8800만 원으로 심각한 적자다.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실내 이용 시설인 탓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가 강화 조치로 개장 직후 휴장에 들어갔다 그해 10월 재개장했지만, 이용자 발길을 끄는 데 실패했다.

비싼 이용료도 발목을 잡았다. 성인 기준 VR 콘텐츠 1개 이용 요금이 8000원, 13~18세 청소년과 만 6~12세 어린이는 각각 7000원, 6000원이다. 3개, 5개를 묶은 할인 상품도 있지만 냉정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긴 역부족이다. 한 이용자는 “영상 퀄리티(질)는 좋은데, 정작 중요한 재미가 별도다. 만족도 비해 너무 비싼 감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돈값’을 못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애매한 위치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사 조규용 본부장은 “하루 최소 50명의 관람객이 이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20명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운영하지 않는 게 현실적”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공사는 온라인예약 시스템은 막고, 전화 예약만 받고 있다. 이용자 방문 시간을 집중시켜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통영VR존 인터넷 홈페이지. 온라인예약은 막혔고 전화예약만 가능하다. 홈페이지 캡처 통영VR존 인터넷 홈페이지. 온라인예약은 막혔고 전화예약만 가능하다. 홈페이지 캡처

신철기 통영시의회 기획총무위원장은 “통영VR존과 통제영거리의 역사홍보관 위치가 서로 바뀌었다면 차라리 나을 뻔했다”면서 “통영VR존을 포함해 통제영 종합 정비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