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0대 우파 여성 ‘대세’… 다시 ‘철의 여인’ 시대 오나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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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지지율 바탕 공격적 행보
멜로니 당수, 이탈리아 총리 유력
‘파시스트 총리’ 우려 정면돌파
영 트러스 장관, 중국 대사 초치
국제 현안에 ‘존재감 키우기’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47) 영국 외교장관. AP연합뉴스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47) 영국 외교장관.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 당수.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 당수.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마리오 드가리 총리의 낙마로 공석이 된 영국과 이탈리아 새 지도자 자리에 강경 우파의 40대 여성들이 유력 후보로 주목 받는다. 리즈 트러스(47) 영국 외무부 장관과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l) 당수가 그 주인공이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각종 현안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대세론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마거릿 대처 이후 유럽 정치에 ‘철의 여인’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영국 총리 후보인 트러스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대만 주변에서의 강도 높은 중국 훈련과 관련해 정저광 영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트러스 장관은 “최근 G7 성명에서 보듯 영국과 동맹국은 대만 주변 지역에서 중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저광 대사는 “영국의 무책임한 언사를 단호히 거부하고 강하게 규탄한다”며 맞섰다. 트러스 장관은 대중 사태와 관련해서 강경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대만의 독자적 방어력 구축을 위해 서방이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쟁자이자 상대적으로 친중파로 분류됐었던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더불어 국제 현안에 존재감을 키우며 대세론을 굳히려는 것으로 읽힌다.

여론조사 유고브가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러스 장관은 69%의 지지율로 수낵 전 장관(31%)과 두 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최종 당선자 발표는 다음 달 5일이다.

멜로니 당수도 자신을 겨냥한 ‘파시스트 총리’ 낙인을 직접 반박하며 정면 돌파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0일 멜로니는 외신 기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탈리아 우파는 이미 수십 년 전에 파시즘을 지나간 역사로 넘겼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 탄압과 수치스러운 반유대주의 법을 분명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멜로니가 당수인 Fdl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을 모태로 한다. 이에 멜로니에게는 무솔리니 계보를 잇는다는 뜻에 ‘네오 파시스트’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멜로니가 유력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한 뒤 국내외에서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멜로니 당수는 “이탈리아를 독재 정권이 장악하고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있는데, 이중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탈리아의 안정, 자유, 번영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25일 이탈리아에서 조기 총선이 실시되는 가운데 Fdl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판세가 이대로 기울 경우 차기 총리는 멜로니 당수의 차지가 된다.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유럽 주요국의 새 지도자로 유력한 이들은 영국 보수당의 상징으로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인 대처 전 총리를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트러스 장관 측은 자신들이 “현존하는 진짜 대처주의자”라고 주장한다. 옷차림, 말투 등도 대처 전 총리를 그대로 따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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