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서양 문화 원류를 알자 ‘신곡’이 제대로 보였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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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강의 / 이마미치 도모노부

고전(classic)은 어디서 연유한 말일까. 근본으로 파고들면 ‘의지(依支)’의 뜻을 함유한다. 힘이 빠져 서 있기조차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대이다. 그것이 책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단테 신곡 강의〉는 이러한 취지를 놓치지 않은 채 1년 6개월에 걸쳐 이뤄진 강의와 질의응답을 담고 있다.

저자는 50년 남짓 단테를 공부했다. 그래서인지 난해한 고전을 강독하는 데도 막힘이 없고 자유롭다. 독서를 하면서도 강연을 직접 듣는 것 같다.

특히 인류와 서양 문화의 원류에 관한 설명은 단테의 〈신곡〉에 더 가깝게 다가서도록 만든다. 우선 동물 벽화를 통해 인간의 자각을 살피고, 호메로스의 작품을 훑는다. 이어서 로마의 고전 시인이자 단테가 존경했던 베르길리우스를 공부하고, 그다음으로 그리스도교의 문학적인 부분을 짚는다.

〈신곡〉에 대한 본격적인 강의는 전체 15강 중 4강부터 시작한다. 세부적인 부분을 다루면서도 전체의 그림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역자는 “한마디로 뿌리를 더듬은 다음 가지를 지나 마침내 천국이라는 꽃망울을 터뜨리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되 그것들의 전체적인 연관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라는 후기를 적는다.

동서양 문학에 대한 조예,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과 일상적 경험을 잘 배합했다는 설명이다. 한 권의 고전은 이처럼 오늘을 해석하고 내일을 비추는 어제의 책을 말한다. 단테의 〈신곡〉 역시 오늘의 책이며, 언제나 살아 있는 책인 것이다.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이영미 옮김/교유서가/616쪽/3만 6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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