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점 커지는 집중호우 위협 부산시 꼼꼼한 대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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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지방 폭우 강타 남의 일 아냐
수해 줄이려면 근본적 대안 강구를

2020년 7월 폭우로 인해 3명의 희생자가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2020년 7월 폭우로 인해 3명의 희생자가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수도권과 중부 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는 마음이 무겁다. 비구름대가 점점 남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부산에까지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부산 지역에도 12일까지 비는 내리지만 예상 강수량이 최대 40mm로 찜통더위를 식힐 수준도 못 되는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폭우 사태에서 보았듯이, 최근의 기상이변은 기존의 예상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특징이 있다. 비구름대의 갑작스러운 이동에 따라 강수량과 강수 지역의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다. 부산도 언제 폭우 피해 지역으로 둔갑할지 모른다. 해마다 물난리를 겪어 온 부산으로서는 더 큰 고통을 겪지 않게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폭우의 원인은 대기 중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부딪치는 ‘정체전선’의 비구름 때문인 것으로 진단된다. 이 정체전선의 영향권은 1000km에서 2000km까지 대단히 광범위하다고 한다. 중부권을 삼킨 집중호우가 부산에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만약 그동안의 규모를 뛰어넘는 폭우가 쏟아진다면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게 될 수 있다. 저류시설 용량이나 하수처리장 수용 능력의 한계 등을 따져 볼 때 부산의 수해 대비 시스템이 이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빅데이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산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집중될 경우 16개 구·군의 206개 동 가운데 70% 정도가 물에 잠긴다고 한다.

부산은 산이 많은 지형 특성상 경사가 급한 고지대에서는 산사태가, 강과 하천 주변의 저지대에는 상습 침수가 발생한다. 거기다 도심 곳곳은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역류해 물난리를 겪는다. 2020년 7월 시간당 최대 8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동천이 두 차례나 범람해 일대 주거지를 삼키기도 했다. 폭우에 따른 인명 피해가 가장 염려되는 곳은 지하차도다. 2014년 8월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2명이, 2020년 7월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순식간에 들어찬 빗물을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과거와 달리 근년의 수해 양상은 산사태와 제방 붕괴, 급류 실종, 지하차도 익사, 저지대 침수 등 전방위적이다.

수도권과 중부 지방을 강타한 수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정체전선의 남하와 함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해를 줄이기 위해선 땜질식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최근 서울시는 1조 5000억 원을 들여 ‘빗물터널’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도 시간당 100mm까지 퍼붓는 호우를 막아낼 저류 배수시설이 필요하다. 재해는 유독 취약계층을 아프게 하는 재난 불평등을 낳는다. 부산시가 사회적 약자를 먼저 챙기고 지역적인 특성에 맞는 세심한 대비책을 세우는 데에도 빈틈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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